▲마을회의
김영희
"나는 그렇게 생각 안허요. 지금 위친계를 깨도 그만 안 깨도 그만 아니요. 달라질 것이 별로 없단 말이요. 그러면 그냥 두는 것이 어쩔까 싶네요. 뭔 일을 당허면 도시에 있는 자식들이 온다허지만 그것도 오는데 시간이 걸린단 말입니다. 당장 가까운 동네사람들이 나설 수 밖에 없는디 위친계가 있는 것하고 없는 것은 다를 것이단 말이요."앞집 아저씨가 발언하고 이번에는 봉덕이네 아저씨가 동조를 했다. 깨자는 측과 그냥 두자는 측 의견이 팽팽이 맞서서 주거니 받거니 발언을 하느라 시간이 자꾸 흘러갔다.
모여앉은 할매들은 수군수군할 뿐 발언하지는 않는다.
"없으면 서운해."그 중 탑골할매 소리가 크게 들렸다. 여든 다섯 잡수신 탑골할매는 아침 일찍 회관으로 출근해서 종일, 그리고 회의가 있으면 저녁까지도 꼿꼿이 앉아서 항상 자리를 같이한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으면 의견을 말한다.
"내가 딱 봉게 할매들은 위친계가 그대로 있으면 허는것 같은디 그러지라? ""하먼, 고것 없애불면 허전해." 수군거리던 할매들이 한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 이렇게 헙시다. 일년 더 두고 보다가 내년에 회의를 해서 정합시다."위친계를 깨자는 측이었던 선숙이네 아저씨가 한 발 물러서서 회의를 마무리 했다. 홀로되어 멀리 있는 자식들을 의지하는 할매들이 비로소 안도하는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