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노조가 2011년 12월 23일부터 총파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012년 1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조용기 여의도 순복음교회 원로목사(국민일보 회장 겸 발행인)와 조민제 국민일보 사장, 간부들이 사내 수요예배를 드리자, 조상운 국민일보 노조위원장(가운데)과 조합원들이 예배하는 장소를 찾아와 조 목사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유성호
- 지난 달 17일 법원에서 해고가 부당했다는 판결을 받으셨어요. 2심이잖아요. 같은 판결이지만 1심 판결 때와는 느낌이 다를 것 같은데.
"회사가 2심 때는 1심 때보다 전력을 다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증인도 3명이나 신청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1심 판결 결과를 뒤집기 위해서 회사 나름대로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회사가 신청한 증인들에 대한 신문 요지를 받아보고서는 회사가 아무리 애를 써도 이 재판은 회사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는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회사가 어떤 주장을 하더라도 결국 자기모순에 도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2심 결과를 접했을 때는 '이렇게 또 한 고비를 넘겼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 같은 날 MBC 노조원의 해고 무효 확인 소송이 있었어요. MBC 노조원에 비해 주목을 덜 받았는데 섭섭하진 않으셨나요?
"솔직히 같은 날 정영하 전 MBC 노조위원장 등에 대한 서울남부지법의 판결이 예정돼 있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오전에 포털 사이트에 관련 기사가 뜬 것을 보고 알았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언론사 파업을 진행하면서 연대투쟁의 장에서 많이 뵈었던 분들이어서 1심이기는 하지만 법원 판결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제 판결만 있었다면 미디어 관련 전문지나 몇 개 언론을 빼고는 기사도 나지 않았을 텐데, MBC 노조 판결과 같은 날이어서 다행히 제 승소 소식도 함께 다룬 기사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MBC 노조의 승소에 대해 이 기회를 빌려 축하드린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 판결이 날 때 느낌이 어떠셨나요?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여러 업무로 사무실에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재판장에 계셨던 몇몇 기자들께서 재판 결과를 문자로 알려 주셨고, 짤막하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줘서 알게 됐습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판정 과정에는 제가 빠짐없이 출석했지만, 재판 때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많이 바쁘기도 했고, 괜히 제가 출석해서 불편해할 회사 사람들을 배려하는 차원이기도 했습니다. 승소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그래도 이 나라에서 믿을 곳으로 사법부가 남아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 당시 해고 이유가 "조용기 회장과 조민제 사장의 비리 의혹을 사내외에 공개해 경영진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얼마 전 조용기 목사가 징역 5년을 구형 받았어요. 느낌이 남달랐을 것 같은데.
"남다른 느낌이었다기보다는 '사필귀정'이라는 생각입니다. 유무죄에 대한 판단이야 법원의 판결로 결정이 나겠지만, 적어도 검찰은 조용기씨 부자에게 범죄 혐의가 있다고 보고 기소를 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최소한의 범위라고 하더라도 징역 5년을 구형했다는 것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결과가 아닐까요?
지금은 회장이 돼 있습니다만, 조민제 사장의 경우에는 1심 재판에서 일부 유죄, 일부 무죄를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민제씨가 유죄판결을 받은 사건의 경우 결정적 제보를 해준 당사자는 경영전략실 직원이었습니다. 법원의 최종 판단을 지켜봐야겠지만,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혐의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한 대목도 적잖이 있습니다. 검찰 측의 요청이 있다면 제가 법정에서 관련 증언을 할 뜻도 있습니다."
- 조 목사는 기독교계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거물급이죠. 그런 사람의 비리를 폭로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2010년 하반기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조용기씨와 그 가족의 비리나 부정 의혹을 세상 밖으로 가장 먼저 들춰낸 당사자는 저나 <국민일보> 노조가 아니라 <국민일보> 노사공동비상대책위원회였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국민일보> 노사공동비대위는 당시 사장이었던 조민제씨(조용기씨의 차남)의 승인 아래, 회사가 주도해 만들었습니다. 조민제씨의 형인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과 조 전 회장을 옹호하는 조용기씨와 김성혜씨 부부로부터 국민일보 경영권을 지키자는 게 당시 회사가 내세운 논리였죠.
노사공동비대위 특보에 실렸던 조용기씨 일가의 비리 의혹 대부분은 당시 조민제씨 비서실에 몸담았던 인사들이 주도했던 특별취재팀에서 취재한 내용들입니다. 그들이 이른바 제보자라고 불러왔던 사람들로부터 확보했던 일부 자료를 노동조합에 제공하기도 했죠. 미국에 있는 사람을 불러들여 확보한 자료도 있었고요.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저나 <국민일보> 노조는 조용기씨와 그 가족의 비리를 폭로하다가 중간에 멈춰버린 당시 노사공동비대위의 정신을 이어나간 것에 불과합니다. <국민일보> 임직원들에게 당시 노사공동비대위 특보와 관련 <국민일보> 지면 기사를 다시 한 번 읽어보기를 권유합니다."
- 폭로 이후 여의도순복음교회측에서의 온갖 비난과 심적 압박이 상당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선 폭로라는 단어와 폭로의 주체가 저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로부터 그다지 심한 비난이나 압박은 없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2010년 하반기부터 2011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국민일보>와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조용기씨 일가 문제에 대해서 협력적인 관계였습니다. 조용기씨와 그의 장남 조희준씨에 대해 선고를 앞두고 있는 고발사건만 해도 검찰이 혐의를 입증하는 데 결정적 도움이 된 것은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나온 방대한 자료들입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실무자 여럿이 검찰과 법정에 나와 증언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의도순복음교회가 고발에 참여한 장로님들에 대해서 징계조치를 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아마도 그런 결정을 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믿는 하나님보다는 조용기씨를 더 두려워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 2011년부터 2012년 6월까지 조민제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파업이 있었지만 조 사장은 현재도 회장 자리에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실패한 파업이 아닌가요.
"누군가 그러더군요. 모든 파업은 실패를 전제로 한다고요. 병법에도 나오지만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가장 큰 승리죠. 그렇지만 노동자가 사용자에 대항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 파업이라는 점에서 파업은 어느 정도 실패를 각오하고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민일보> 노조 파업의 성공과 실패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당시의 파업은 임단협 결렬에 따른 합법 파업이었으며, 더불어 <국민일보>의 공정보도 환경을 담보하기 위한 분명한 명분이 선 파업이었습니다.
당시 노조는 파업과정에서 <국민일보>가 '신문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고 자격도 없는 외국인 대표이사를 5년 넘게 방치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노조의 문제제기로 결국 당시 조민제 사장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고, 회장이 됐습니다. 노조의 이런 노력 덕분(?)에 아이러니하게도 <국민일보> 창사 이래 처음으로 기자 출신 사장(김성기 현 대표이사)이 배출됐고, 간부 3명이 한꺼번에 등기이사가 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국민일보>에 몸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꿈을 갖게 됐을 겁니다. '그래! 나도 임원 그리고 사장까지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희망을 갖게 됐으니까요."
"<국민TV>는 '친노매체'? 중요한 것은 4월 이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