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19일 일산 킨덱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민주노동당 제2차 정책당대회 당시 대회장 안에서 강령 개정에 반대하며 피켓 시위를 벌이는 당원들 모습. 피켓 내용을 보면 "사회주의 삭제하는 강령 개정 반대", "'사회주의 이상과 원칙'은 계승 발전돼야 한다"라고 적혀 있다. 최규엽 당시 강령개정위원장은 자신이 개정 강령에 대해 설명하는 내내 이렇게 항의 시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사진은 당시 회의록 내용과 부합할 뿐 아니라 법무부가 자신의 발언을 왜곡했다는 최규엽 전 강령개정위원장의 증언을 뒷받침 한다. (최규엽씨 제공)
당시 그들을 상대로 설득을 했다. '사회주의 이상과 원칙'을 폐기하되, 전문에 보면 '자주, 평등, 인간해방'이라는 단어가 있지 않느냐, 물론 추상적 이야기지만,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것 아니냐. '인간해방'이라는 것이 모든 정치적 이념을 다 받아들일 수 있고, 이게 당신들이 고집하는 '사회주의 이상과 원칙'도 다 포용할 수 있는 것 아니냐. 그러니 이해해달라. 이런 이야기를 한 거다.
회의록 속기하는 사람이 그걸 어떻게 정확하게 받아썼겠는가. 또 실제 내가 뭐 세게 이야기 하려고 '공산주의라는 말만 안 했지 다 들어가 있다'는 말을 했을 수는 있어도 취지는 그게 아니었다."
- 즉, 법무부가 문제 삼은 발언은 헌재에서 설명한 것처럼 '진보적 민주주의'를 설명하는 게 아니라 '사회주의 이상과 원칙'을 빼는 부분을 설득하는 과정이라는 말인가.
"그렇다. 법무부도 회의록을 다 봤으면 잘 알텐데, 앞 뒤를 빼먹고 왜곡해 사람들을 정치적으로 선동하고 있다."
'진보적 민주주의' 문구 최초로 넣었던 사람이 말하는 '진보적 민주주의'최규엽씨의 증언이 의미가 있는 이유는 법무부가 밝혔듯이 그가 2011년 6월 민주노동당 강령 개정 당시 개정위원장이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문제 삼고 있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최씨에 의해 최초로 강령에 들어갔다.
- '진보적 민주주의' 부분은 법무부가 위헌성을 주장하는 주요 근거다. '진보적 민주주의'가 북한의 대남혁명전략과 북한의 인민민주주의와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우선 이전 민주노동당 강령에는 없던 '진보적 민주주의'가 2011년 6월 개정 때 처음 들어간 것은 맞는가.
"그렇다."
- 이후 통합진보당 강령을 만들 때 계승된 것도 맞는가.
"1년 뒤 통합진보당 강령을 만들 당시에는 내가 전혀 개입하지 않아서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계승한 것으로 알고 있다."
- 그러면 '진보적 민주주의'가 강령에 처음 들어갈 당시 강령개정위원장으로서 그것이 북한식 인민민주주의라는 주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무리 그래도 민주노동당 사람들을 그렇게 무시하면 안된다. '진보적 민주주의'는 해방 후에 많이 사용된 용어다. 여운형씨도, 건국준비위원회도 썼다.
예전 민주노동당 강령 전문에는 '사회주의 이상과 원칙을 계승한다'고 되어 있었다. '사회주의 원칙' 하는 순간 그 강령은 사회주의 강령이 된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아무튼 당시 그것을 빼려고 하는데, 대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예전부터 대체 대한민국 진보정당의 이념적 정체성은 한마디로 뭐냐, 이런 질문이 많았다. 사회주의냐, 사민주의냐, 자유주의냐, 뭐 이런 질문이었다. 진보진영의 정치노선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라도 그런 질문에 답을 할 필요가 있었다.
고민 끝에 '진보적 민주주의'를 선택했다. '보수적 민주주의', '극우 민주주의'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또 '자유 민주주의'를 포괄하면서도 '자유'보다는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개념으로 사용했다. 무엇보다 해방 후 우리나라에서 많이 썼고, 현재 미국 민주당에도 진보적 민주주의 그룹이 있다. 그만큼 보편적으로 쓰이는 용어다.
검찰이 제출한 회의록을 봐도 '진보적 민주주의'는 특정 이념이 아니라고 분명히 나와있다. 내가 사회주의자, 사민주의자, 민족주의자도 같이 할 수 있는 거라고 분명히 이야기했다. 비슷한 시기에 내가 쓴 <21세기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책에도 이렇게 적었다. '민중해방을 위해서 싸우는 민족주의자, 진정한 복지를 위해 싸우는 사민주의자, 궁극의 인간해방을 위해 싸우는 사회주의자, 직접 민주주의를 제안한 민주주의자들 모두 21세기 진보적 민주주의의 주도적 구성원이 될 수 있다.' 이게 우리가 생각한 '진보적 민주주의'다."
- 결론적으로 법무부 주장은 완전히 틀렸다?
"번지수가 완전히 다른 거다. 그것도 아주 자극적으로. 전형적인 괴벨스 전략이다."
- 당시 강령은 왜 개정했는가."2000년 민주노동당을 창당하면서 당 강령이 만들어졌는데, 그 후 10년이 지났다. 그때까지 한 번도 개정을 안 했다. 세상이 많이 변하지 않았는가. 촛불, 신자유주의화 심화, 생태, 환경, 여성주의... 이런 것을 같이 고민했다. 그게 첫 번째 이유였다. 두 번째는 대중정당으로서 눈높이를 맞춰야겠다는 문제의식이었다. 당을 해보니까 활동가 정당이어서는 안되겠더라. 그전 강령은 너무 길고 어려워서 당원들이 보지 않았다. 그래서 '장롱 강령'이라고 했다. 세 번째로 당시 유시민, 노회찬 등과 통합을 앞두고 있었다. 그래서 통합에 대비하는, 그들도 받아들일 수 있는 강령으로 조정한 것이다."
"이석기 의원의 최후진술, 대단히 유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