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태봉고등학교 여태전 교장이 책 <공립 대안 태봉고 이야기>를 펴냈다.
여름언덕간
태봉고 학부모들은 '우애'가 있다. 그는 "'친한 것이 진리의 근거'라는 말도 있다"며 "서로 친해져야 소통이 시작되고, 학부모들이 친하게 지내면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것이다. 태봉고의 학부모들 중에는 실제로 가족처럼 지내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3% 대안학교 설립운동'을 강조하고 있다. 바닷물이 썩지 않는 이유는 '3% 소금' 때문이라는 이치와 같다는 말이다. 그는 "바다의 소금처럼, 3%의 대안학교가 공교육을 살릴 수 있고, 어떤 조직이든 그 정도의 사람들이 있으면 건강하게 유지되고 굴러간다"며 "경남에 초중고교 900개가 넘는데 3%인 30개 정도 대안학교를 만들어야 하고, 폐교 위기에 처한 학교를 활용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여 교장은 독서와 토론을 강조한다. 그는 "학교문화를 바꾸려면 개별 단위의 학교에서 교사독서회가 많이 생겨나야 하고, 선생님들이 먼저 책 읽는 즐거움을 맛보지 못한다면 학생들의 독서생활화 교육은 헛된 구호나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토론의 진정한 재미는 듣는 일에 있고,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알고 자신의 생각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만이 제대로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는 학부모들도 '먼동'이라는 독서모임을 한 달에 한번씩 갖는다. 이 학교 이순일 교사의 독서모임 방식은 독특한데, 책을 읽고 토론하는 방식이 아니라 소리내어 읽기 방식이다.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이 한 명씩 돌아가면서 천천히 소리 내어 읽는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겠느냐. 이 책을 번역한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 수고를 했겠느냐. 그러니 책을 쓰고 번역한 사람들의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천천히 읽어나가자는 것이다.""갈등을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교육"태봉고 교사들도 일사분란하고 획일적이지 않는 모양이다. 여 교장은 "갈등이 없는 게 교육이 아니라 갈등을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교육이다"며 "때로는 서로 으르렁거리며 싸우기도 하지만, 그런 다음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화해하는 과정이 교육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고, 모두가 진보여야 할 필요도 없고 그게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는 말을 언급하면서 체벌 절대 금지를 강조해 놓았다. 여 교장은 한 교사가 몽둥이를 들고 학생을 데리고 교장실에 왔을 때 "일단 차부터 한 잔 하자"고 한 뒤에 세 사람이 앉아 이야기를 나눈 뒤, 그 학생이 스스로 운동장을 65바퀴 돌았던 사연을 소개해 놓았다. 그 몽둥이는 지금도 교장실에 세워져 있다고.
그는 효암고 채현국 이사장이 말한 "학교는 좋은 학생 못지않게 좋은 교사를 길러내는 곳"이며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은 고정관념이다"라는 이야기를 책에 소개해 놓았다.
태봉고는 독특한 교육문화, 환경을 갖고 있다. 교장실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사랑방' 역할을 하기 위해 2개의 출입문 중 1개는 교장이 퇴근해도 열려 있다. 또 교장은 손님이 왔다고 해서 행정실 직원이 차 심부름을 시키는 게 아니라 교장이 손수 차를 끓여 내어 놓는다.
"흔히 교장, 교감은 관리자라고 말한다. 이 말부터가 문제다. 개인적으로 저는 관리자라는 말을 싫어한다. 교사들을 독립된 인간이자 동료로 보지 않고 관리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학교는 좋은 학생만 길러내면 되는 곳이 아니다. 좋은 교사도 길러내야 한다. 교장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동료교사들이 좋은 교사가 되도록 밀어주고 이끌어 주는 것이다."
특히 태봉고는 입학식 때 교사들이 신입생들의, 졸업식 때는 졸업생이 교사들의 발을 각각 씻겨주는 '세족식'을 갖는다.
이 학교의 개교기념일은 '6월 10일'이다. 6월 민주항쟁을 의미하는 게 아니고 처음으로 '성공적인 공립 대안학교 설립을 위한 공청회'가 열린 2008년 6월 10일을 기념하고 있다. 학생들은 텃밭 가꾸기, 음식 만들기, 옷 만들기, 제주도 걷기, 지리산 종주, 네팔이동학습 등도 한다.
또 학생들은 매주 화, 목요일 오후 점심을 먹고 나면 학교 밖에 있는 멘토를 찾아간다. 미용사가 되고 싶은 학생은 미용실로 가고 요리사가 되고 싶으면 호텔이나 큰 식당 요리사를 찾아가는 것. 이를 '인턴십을 통한 학습(LTI 프로젝트 수업)'이라 부르고, 학기를 마칠 때 각자 발표를 하는데, 그야말로 '감동'이라고 한다.
공동체회의는 '학생중심의 학교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