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오리 수컷을 사냥한 참매가 쇠오리를 발톱으로 찍고 있는 모습.332쪽을 촬영한 것이다.
박웅
풀숲으로 사냥개가 뛰어들면 그곳에 몸을 숨기고 있던 꿩이 놀라 푸드덕 날아오르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참매가 재빨리 튀어 올라 꿩을 뒤따라가 낚아채 떨어뜨려서는 날카로운 발톱으로 제압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전형적인 매 사냥의 한 장면이다.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런 매사냥의 모습은 참매의 사냥 습성을 잘 파악하고 이용한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연출해낸 장면이다. 실제 야생에서 참매는 무엇인가에 놀라 날아오르지 않은 한, 습성상 풀숲에 숨어 지내는 꿩을 찾아 풀숲을 헤치고 들어가 사냥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한다. 오히려 참매의 사냥습성은 아프리카의 사자나 표범의 그것처럼 사냥감이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은밀하게 매복해 있다가 순식간에 해치우는 방식이다.-<참매 순간을 날다>-출판사의 책 소개글에서
이제까지 우리에게 알려진 매사냥, 즉 참매의 사냥법은 우리의 필요에 의해 길들여진 사냥 방법. 저자가 왜 그토록 야생 참매의 사냥 장면을 사진에 담고 싶어 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 아마 이 책을 읽지 못했다면, 저자의 어떻게든지 야생 참매의 사냥 장면을 제대로 촬영하겠다는 검질긴 노력과 고집과 열정이 없었다면 우리는 이제까지 우리에 의해 길들여진 (참)매의 사냥법을 고유한 사냥 방법으로 알고 있었으리라.
책을 읽다가 책을 읽기에 앞서 이미 읽었던 저자 프로필과 저자의 말을 다시 읽을 정도로 저자에 대한 감동 또한 컸던 책이다. 우리가 여기서 또한 알아야 할 것은 우리에게 그동안 겨울 철새로만 알려졌던 천연기념물인 참매가 그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알을 낳아 번식을 한다는 것이 이 저자 덕분에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는 사실이다.
건축가인 저자가 일 때문에 사진기를 쥐게 되고, 산이 좋아 산 사진을 찍다가 우연히 지리산에서 잣까마귀의 노랫소리에 홀려 새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이 8년 전. 2006년 5월, 오랫동안 겨울 철새로 알려졌던 참매가 충청도의 한 야산에서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아 번식하는 모습을 발견, 세상에 알리게 된다. 저자가 참매의 매력에 빠진 것은 이때부터.
<참매 순간을 날다>에는 저자의 참매에 대한 지난 8년 동안의 애정과, 이제까지 알려진 것과 전혀 다른 야생 참매의 사냥 본래 모습을 제대로 보고 제대로 촬영하고자 4년 동안 기울였던 노력과 수많은 기다림, 이런 과정에서 알게된 다른 새들의 생태와 자연에 대한 애정과 바람 등이 오롯하게 담겨져 있다.
책을 보는 내내 무한한 감동을 줬던 것은 아마도 그간 어떤 책에서도 보기 힘들었을 참매와 다른 새들의 생생한 생태와 그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 생생한 생태 사진. 이야기는 제쳐두고라도 사진만으로도 책값이 결코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뿐일까. 이런 책과의 만남은 참 행운이란 생각만 들고 있다.
참매는 천연기념물 제323-1호이자 멸종위기종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많은 부분들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우리들의 필요에 의해 길들여진 사냥법으로 더 많이 알려진 터다. 부디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참매에 대해, 참매와 다른 생물들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그리하여 자연과의 바람직한 공존을 위해 자연을 먼저 배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책의 소개글을 마친다.
참매 순간을 날다 - 천년의 기다림
박웅 글.사진,
지성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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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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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참매의 사냥 순간 8초 찍고자 4년동안 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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