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표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7월 12일 '귀태'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것에 책임을 지고 원내대변인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힌 뒤 국회를 떠나고 있다.
남소연
"홍익표 원내대변인은 친노계로 분류된다." (<동아> 2013년 7월 13일, <조선> 2013년 7월 12일)홍익표 민주당 의원의 수식어가 친노가 된 것은 지난해 7월께다. 홍 의원이 원내대변인일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귀태(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로 표현한 직후다.
그러나 홍 의원이 처음 국회의원 배지를 달 때 그는 '임종석의 친구'로 불렸다. 홍 의원은 민주당 내 대표적인 486 인사인 임종석 전 의원이 사퇴해 공석이 된 서울 성동을에 전략공천됐다. 당시 <동아>는 "홍익표 교수는 대학 동기인 임종석 전 총장이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내에서는 '친구 공천'이냐는 비판도 나온다"고 썼다. 그랬던 그가 '귀태' 발언 후 '친노계'로 불리기 시작했다.
대선 불복 발언 후 장하나 의원 뒤에는 '한명숙 키즈'라는 설명이 붙었다. <동아>는 "장하나 의원의 대선 불복 발언 후 초선들의 돌출행동에 대한 당내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당 내에서는 '친노가 19대 총선 공천을 좌우한 탓'이라는 평가가 많다"고 다뤘다. <조선> 역시 홍 의원과 장 의원을 언급하며 "한명숙 키즈가 19대 국회 들어 설화 릴레이를 쉼없이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장 의원은 청년 비례대표 몫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청년 비례대표 선발을 위해 당 내 경선을 따로 치렀고, 그 결과 장 의원은 비례대표 13번에 이름 올려 당선됐다. 한명숙 전 대표가 직접 공천에 관여한 사례가 아님에도 장 의원 역시 '친노' 범위에 묶인 것이다.
'친노' 프레임에 속수무책인 민주당 지도부민주당 내에 '친노'는 있다. 또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의 행보에 부적절한 지점도 있다. 그러나 '모로 가도 친노로 가면 된다'는 식의 접근은 문제다. 당 내에서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것 혹은 당 내 문제를 일으킨 사람을 모두 '친노'라고 도매금으로 넘긴 후, 이를 '당 내 계파 싸움 및 갈등'으로 치환시키려는 시도는 문제인 것이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에서도 이같은 구도는 반복됐다. 문 의원이 회의록을 공개하자며 동을 떴어도 최종 결정을 내린 건 지도부였다. 당시 지도부는 '구속적 당론'으로 소속 의원들이 회의록 공개에 찬성표를 던지게 했다. 회의록 공개를 처음부터 반대한 박지원 의원은 '친노세력이 회의록 공개를 주도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렇게 비약시킬 필요는 없다, 그러면 회의록 공개를 주장한 김한길-전병헌도 친노냐"고 반문한 바 있다.
그러나 보수 언론은 '친노에 휘둘린 지도부'로 몰아갔다. 국가기록원에서 정상회담 회의록을 찾지 못하자 그 프레임은 점점 더 거세졌다. 최종 결정을 내린 지도부에게 책임을 묻기보다 문 의원을 비롯한 '친노'를 성토했고, 김한길 대표 체제의 '영'이 서지 않는다고 평했다. 이같은 구도는 결정 책임자가 '지도부'가 아니었음을 암시하며 '지도부 위의 친노'를 연상케 한다. 도리어 지도부의 위신을 떨어트리는 방향이다.
문 의원도 '친노 프레임'을 성토했다. 그는 1월 초 한 언론 인터뷰에서 "친노라고 묶기 어려우니 친노를 중심으로 하는 강경파라는 표현을 쓴다, 양승조·장하나 의원 발언은 친노라 줄긋기 할 수 없으니 내가 배후조정을 했다고 하기도 했다"며 "이건 새누리당과 일부 언론이 민주당을 분열시키는 프레임이다, 친노-비노 간의 갈등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대선 1년을 맞아 공식 행보에 나선 후 문 의원은 "지난 대선을 되돌아 보면서 책을 내게 된 것에 대해 '친노 차원에서' 이런 식의 해석은 하지 말아 달라"며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거치는 과정으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물론 그의 당부는 먹히지 않았다.
이처럼 명확한 실체도 없는 친노 프레임이 반복 확산됨에 따라 집안 싸움만 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민주당에 국민이 신뢰를 보낼 리 없다. 김한길 대표가 신년회견에서 "내부에 잔존하는 분파주의 극복"을 강조하며 6·4 지방선거 승리의 최우선 과제로 당내 계파주의 청산을 내세운 이유다.
현 지도부 핵심 인사는 "당내에서 중도적인 목소리를 내느냐 강경하냐의 차이가 있는 거지 그걸 계파 싸움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언론이 의도적으로 친노프레임을 만든 게 크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같은 '친노 프레임'에서 벗어날 방안을 묻자 "어떻게 해결할지까지는 고민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것이 민주당의 현 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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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 프레임'... 왜 민주당 '블랙홀'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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