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2사랑회에서 소외계층 사람들을 위해 선물을 마련했다.
유혜준
이 동장이 세 번째로 방문한 곳은 김아무개씨의 단칸방. 역시 반지하다. 김씨는 갓 쉰이 되었다. 10여 년 전에 택시기사로 일을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쓰러졌고, 공황장애가 왔다. 2층 이상의 건물에는 올라가지 못하는 상태로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아내와 딸은 2년 전에 가출했고, 김씨와 함께 살던 아들은 지난해 1월에 입대했다. 김씨는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22만 원짜리 단칸방에 홀로 남겨졌다. 월세를 제대로 내지 못해 보증금에서 월세를 공제하고 있는 형편인데 그나마 1월이면 그것도 끝난다. 전기요금이 체납됐고, 핸드폰은 요금체납으로 끊겨 버렸다.
좋지 않은 건강의 후유증으로 이가 모조리 빠져버린 김씨는 마주앉아 이야기를 하면서 계속 손으로 입을 가렸다.
"기초생활수급자로 만들어줘야 하는데 부인과 딸이 연락이 되지 않아서 하지 못하고 있어요. 건강이 좋지 않은데 돈이 없어서 병원에 가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의료기록이 없는 거죠."이 동장의 설명이다. 이 동장은 김씨가 성애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게 해놓은 상태. 이 동장은 "건강검진을 받아서 근로능력을 확인한 뒤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라면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될 수 있게 하고, 군대에 간 아들이 의가사제대를 해서 아버지를 부양할 수 있게 해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동장은 이가 전혀 없어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김씨를 위해 틀니를 할 수 있게 철산2동 내에 있는 치과와 지원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동장은 2월에 아들이 휴가를 나온다는 김씨에게 "동사무소로 나를 만나러 오게 하라"고 신신당부하면서 김씨의 단칸방을 나섰다.
광명시가 종합 복지서비스인 '복지동(洞)'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복지동'은 동장과 사회복지사, 간호사 이렇게 3인이 1조가 되어 관내의 주민들을 방문하면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로, 광명시가 독자적으로 제도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광명시는 지난해 3월, 광명2동을 시범지역으로 지정, 복지동 제도를 시작했다. 이후 9월부터는 철산2동과 광명5동, 하안3동으로 확대했으며, 2014년 1월부터는 광명시 전체 18개동에서 실시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광명시 브랜드인 '복지동' 제도는 전국적인 모델로 떠올라 보건복지부와 경기도 등을 포함한 전국의 자치단체에서 벤치마킹을 하려고 광명시를 줄지어 찾아오고 있다. 광명시는 복지동 제도와 함께 다양한 복지정책을 개발한 공로로 2013년에 보건복지부로부터 여러 차례 상을 받았다. 또한 복지동 제도를 제안한 이병인 광명시 복지정책과장은 우수공무원으로 선정돼 대통령상을 받았다.
전국적인 모델로 떠오른 광명시 '복지동' 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