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의 삼성 깃발이 펄럭이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빌딩 40층 미래전략실. 이인용 사장(커뮤니케이션팀)의 표정은 약간 상기돼 있었다. 기자와 마주한 그는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날 아침 삼성이 내놓은 새로운 신입사원 채용 이야기 때문이었다. '삼성고시가 없어질까'라고 물었을 때,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특정기업 채용에서 '고시'라는 말 자체가 이상하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이 사장은 기자에게 '20만 명'이라는 숫자와 '사회적 비용'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신입사원 채용 방식을 바꾸게 된 취지와 의도를 설명하는 데 애를 썼다. 그리고 13일 만에 그는 다시 언론 앞에 섰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또 그가 발표한 삼성의 새로운 채용방식 역시 없던 일이 됐다. 그는 "이 정도까지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총장추천이 핵심 아닌데..." 지역·여성차별 논란 확산되자 없던 일로삼성의 신입사원 채용의 핵심은 서류전형의 부활이다. 매년 20만 명에 달하는 입사 필기시험 응시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이었다. 전국 200개 대학을 직접 찾아 인재를 뽑고, 총장에게 학생 추천권을 줘 '숨어있는' 인재를 찾겠다는 것이었다.
논란은 그때부터 예견됐다. 특히 대학총장 추천권이 마치 삼성 입사로 간주되면서 누리꾼 사이에서 논란이 커졌다. 삼성이 대학에 추천 인원을 할당하는 것을 두고 '대학 자율성 침해'와 '대학 줄세우기' 등의 비판이 일었다.
삼성 내부에서도 총장추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있었다. 그룹 관계자는 "총장추천제가 나왔을 때 찬반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서류전형의 한 가지 경우의 수일 뿐 핵심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자칫 총장 추천만으로 삼성입사가 결정되는 것처럼 비칠 것에 대한 우려가 컸다"며 "하지만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고 덧붙였다.
그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일들'은 삼성의 대학별 추천 할당 인원이 공개되면서부터였다. 특정 대학의 인원과 지역, 여성 비율 등이 연결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시민사회뿐만 아니었다. 대학사회까지 등을 돌렸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삼성 채용제도를 정식으로 다루기로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치권까지 가세했다. 민주당 등 야당과 호남지역의 자치단체장 그리고 의회까지 나섰다. '지역 차별'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채용제도 바꿔야 한다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