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2주년 기념행사 펼침막
김형태 교육의원실
철저하게 "교육당국 중심"으로 돌아가는 한국 학교들유럽의 교육선진국들의 교육을 들여다보면, 겉보기에는 다소 어수선하고 무질서하고 자유분방해 보여도, 본질에 충실한 교육, 속이 꽉 찬 실속형 교육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학교 오는 것을 즐거워하고 행복해 하고 만족도도 높고 표정이 살아있고 활기가 넘칩니다. 경쟁교육 체제가 아니기 때문에 성적스트레스나 입시스트레스도 거의 받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꿈과 끼와 뜻을 키워주는 진짜 교육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유교적 구습과 일제시대 교육의 영향 그리고 군사독재 문화의 영향으로 학생을 피교육자로 단정, 학생 입장보다는 교육공급자 입장에서 어느 정도 함부로 다뤄도 된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학생들을 통제와 규제와 간섭의 대상으로 보고, 어른들의 일방적인 눈높이와 잣대를 기준으로 이른바 '학생다움이라는 틀에 박힌 교육'을 요구합니다.
대체 학생다움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요. 경찰이나 군인처럼 통일된 교복을 입히고 짧은 머리에 단정한 복장 그리고 고분고분함과 순종을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걸까요. 억울하고 부당해서 "왜"라는 질문을 하면 바로 버릇없는 아이가 됩니다. 개성이 강하거나 자기 철학이 뚜렷한 학생이나 말이 많은 학생은 환영받지 못합니다. 교육 내용이나 본질보다 우선 학생다움이라는 미명 아래, 두발, 복장, 자세 등 형식과 체면과 예의 등 보이는 겉모습에 치중한 교육을 해왔습니다.
학력 신장과 입시교육 등 어른들이 설정한 목표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경직되고 수동적인, 사실상 체제순응적인 인간은 키워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더구나 '학습노동, 집단사육, 죽음의 입시교육'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살인적인 주입식 경쟁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학생들이 "학교는 교도소이고 학생들은 죄수냐"고 하겠습니까?
유럽의 한 학교를 방문했을 때, 이곳에도 체벌과 교권침해가 있느냐고 묻자, 통역하는 사람이 아주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제발 그 질문은 생략해달라. 그 질문을 하는 순간, 이분들이 대한민국에는 아직도 체벌과 교권침해가 있는 아주 후진적이고 야만적인 국가로 기억할 것이다. 이곳에서 살고 있는 내가 맹세코 말하건대, 이 나라에서는 체벌이나 교권침해는 없다." 어쩌면 같은 지구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요? 학생들의 천국인 유럽과 학생들의 지옥인 한국. 핀란드·스웨덴·독일·오스트리아의 학교들을 둘러보면서 별천지, 딴 세상 같은 유럽의 교육이 한없이 부러웠고, 이런 행복한 교육시스템을 만들어주지 못해, 한국 학생들을 생각하면서 너무 미안하고 답답하고 마음이 무거워 속으로 많이 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