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15일 신입사원 채용제도를 전면 개편해 전국 200개 4년제 대학의 총·학장에게 인재 추천권을 부여하고 연중 수시로 지원자를 발굴하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 2013년 10월 13일 서울 대치동 단국대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에서 삼성그룹 직무적성검사(SSAT)시험을 마친 취업준비생들이 고사장을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삼성그룹이 19년 만에 채용 시스템을 변경했다. 올해부터 새로운 제도에 의해 신입사원을 선발하게 되는데 이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새롭게 도입되는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총장 추천제'다. 그러나 추천장을 받았다는 것이 곧 합격을 의미하지 않는다. 서류전형만 통과된다. 삼성은 대학별로 추천받은 학생의 최종 입사비율을 관리하고 추후 대학별 '추천수 조정'에 반영할 예정이다. 이제 총장은 자신이 추천한 학생의 필기시험과 면접시험까지 관리해야 할지도 모른다.
더욱 커다란 문제는 앞으로 대학은 '취업줄'을 쥐고 있는 삼성을 의식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도 그러했지만 앞으로는 노골적으로 협조적 관계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못했든 대학 교수들의 비판에서 삼성은 자유롭게 될 것이다. 취업이 삼성을 자유롭게 한 것이다.
추천 인원 서열화로 대학 통제 메커니즘 만들어 삼성은 대학을 '상아탑', 학문의 전당으로 그 가치를 인정하고 있는가. '총장 추천제'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학의 총장을 을(乙)로 취급하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에 던지는 질문이다.
대학별 총장 추천 인원은 상이하다. 서열화를 시킨 셈이다. 이를 통해 삼성은 대학을 통제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었다. 성균관대가 115명으로 가장 많고, 서울대·한양대가 110명, 경북대·연세대·고려대가 100명 씩이다. 영남에 위치한 경북대 100명, 부산대 90명인 반면, 호남을 대표하는 전남대는 40명을 추천할 수 있다. 영호남 차별이라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유다.
추천 대상인 학생의 조건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 학점, 영어능력은 최소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4학년 1학기까지 취득 평점이 4.5점 만점에 3.0점 이상 학생이면 되고, 영어는 오픽(OPic) 일정 등급 이상이면 된다.
나머지는 '총장'으로 상징되는 대학의 자유 선발 영역이다. 대학은 '추천 사유'를 기재하는데 학생의 기본인품, 대학생활상, 회사와 사회에 기여가 될 것으로 판단하는 이유 등을 대학이 직접 작성하고 총장이 자필 서명함으로써 보증하는 형식을 갖춰 삼성에 제출하게 된다.
이제 피가 끊는 학생들은 삼성을 비판하지 못할 것이다. '안녕' 대자보를 붙여서도 곤란할 것이다. 총장이 튀는 행동을 하는 학생을 굳이 추천할 이유는 없다. 4년 동안 학생들은 총장으로 상징되는 대학본부의 권위와 충돌하지 않으려 조심할 것이다. 200여 개 대학 총장들은 5천 명의 학생에 대해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추천서를 제출하게 된다.
4년간 숨죽여가며 대학생활을 한 노력으로 총장 추천서를 받았다고 가정하자. 이제 삼성에 입사하게 되는가? 아니다. 그 학생은 서류전형을 통과했을 뿐이다. SSAT(필기시험)와 면접전형이 그 학생을 기다리고 있다.
학생만 피곤한 게 아니다. 총장 역시 추천한 학생에 대한 A/S를 확실히 해야 한다. 삼성은 '추천한 학생의 최종 합격률 등을 고려해 총장 추천수를 조정할 것'임을 밝혔다. 추천 학생의 SSAT 실력을 미리 검증하든, 아니면 추천한 다음에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면접시험 관리까지 해야 한다.
'총장추천제'를 담보로 한 대학-삼성 '침묵의 카르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