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송전탑 설치를 반대하는 '밀양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경남 밀양 한국전력공사 앞에서 참가자들은 바닥에 분필로 '송전탑 공사 중단' 등의 구호를 글로 적었다.
김종술
희망버스를 하루 앞둔 지난 24일, 3000여 명의 손님맞이를 하느라 대책위가 시끌벅적했습니다. 대책위 사무실로 사용하는 '너른마당' 식구들은 물론 연대자들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행사용품부터 먹을거리까지 준비하느라 분주했습니다. 참가자들이 묵을 숙소 준비까지 완벽하게 마치고 나서야 밤늦게 잠자리에 들었지만 편한 잠을 자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드디어 25일. 아침부터 겨울비가 촉촉이 내립니다. 대책위 김준한 신부와 이계삼 사무국장은 안절부절 못합니다. '비가 많이 내리면 안 되는데' 하면서 밖에서 서성입니다. 너른마당 식구들과 연대자들은 오후 2시에 있을 밀양시청 앞 기자회견과 거리행진을 다시 한 번 점검했습니다. 빗줄기가 줄어들면서 일부는 무대설치를 위해 시청으로 출발했습니다.
밀양시는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을 위한 '자외선 소독 시설'을 부산대구고속도로 남밀양, 밀양 인터체인지 입구와 상동면 국도 입구에 설치해서 희망버스 참가자들을 소독했습니다. 이에 대해 "희망버스와 달리 일반 차량은 그냥 보낸다"며 "행사 무산을 위한 밀양시의 지나친 행정"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왔습니다. 40~50여 명의 밀양 시민이 참가자들을 비난하며 시위를 하기도 했지만 큰 마찰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오후 1시쯤에 도착한 밀양시청은 바늘구멍도 없이 경찰의 차벽으로 둘러싸였습니다. 그것으로도 부족했나 봅니다. 7000명이나 배치됐다는 경찰 병력을 과시하듯 경찰들이 시청을 둘러싸고 일절 출입을 차단하면서 화장실을 이용하려던 참가자들은 한참을 걸어서 공설운동장까지 가야 했습니다. 지름길을 놓고도 돌아서 가야 하는 일부 참가자들의 항의가 이어지면서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습니다.
밀양시청에서 예정대로 집회를 마치고 도로 한 차선을 차지하고 3천 명이 거리행진을 하면서 1km 가까이 행렬이 늘어집니다. 일부 시민들은 나와서 손을 흔들고 어르신들이 지날 때 양손을 머리에 올리고 응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차선이 통제되면서 일부 택시기사는 욕설을 퍼붓거나 클랙슨을 울리기도 하면서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고 유한숙 어르신의 시민분향소를 지난 한전 밀양지사 앞에는 경찰차벽이 서 있었습니다. 참가자들은 경찰 차량과 차벽에 송전탑 반대 스티커를 붙이고 바닥에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문구도 써놓았습니다. 애초 한전 앞에서 30분 예정이었던 집회가 뒤처진 사람을 기다리고 행사가 늦어지면서 출발하라는 경고방송이 있었지만, 다시 행진을 시작하면서 큰 마찰을 빚지는 않았습니다.
오후 7시부터 진행된 밀양역 집회는 뒤늦게 도착한 참가자들까지 3500명이 훌쩍 넘어 보였습니다. 화장실에도, 무료로 제공되는 식사 줄도 길게 늘어섰습니다. 동화전 주민들이 준비한 밤·대추·맥문동도 다 팔려 나갔습니다. 참가자들과 공연자들이 하나가 되면서 집회라기보다는 축제에 가깝게 흥도 올랐습니다.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경찰을 고착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