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술을 개발한 이정희 교수
오창균
"(발효음식을) 항아리에 하는 것이 반드시 전통적인 것은 아니다. 그 당시에는 항아리밖에 없었다. 현대에 와서는 현실에 맞게 유리병을 쓰는 것도 좋다. 지금은 (공기중의) 오염물질이 심하다. 숨쉬는 항아리를 써야 한다면 살균에 신경써라. 전통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 좋은것은 아니다."
밥상에 올라오는 음식 중에서 직접 만든 것이 얼마나 되는지 찾아보면 그나마 매일 하는 밥 정도일 것이다. 그것도 밥솥이라는 기계에 의존했기에 가능하다. 밥을 제외하고는 공장에서 만들어낸 각종 반찬이나 양념으로 맛을 내거나 가공식품들이다. 그것들의 재료 중에는 국산을 찾아보기는 매우 힘들다. 안전성이나 영양은 따져볼 가치도 없다.
물 한 방울 없이, 끓이지 않아도 고추장이 된다전통적인 고추장은 고추가루에 소금을 넣는 고춧가루염(鹽)의 방식이다. 찹쌀풀을 끓여서 메주가루와 엿기름(조청)을 섞어 항아리에 담은 후,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광합성을 통해 숙성을 한다. 그러나 도시의 아파트와 같은 밀집된 주거환경에서는 공기오염은 따지지 않더라도 일조량은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제대로 숙성이 안되면 유해한 곰팡이가 생기고 맛도 좋지 않다.
그리고 고추장을 담그는 일은 김장에 맞먹는 노동과 정성, 결정적으로는 맛내기에 자신이 없다는 것 때문에 소문난 장인이 만든 고추장을 찾거나, 공장에서 값싼 수입재료들로 만들어낸 고추장 맛으로 둔갑한 밀가루 고추장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이 교수가 말한 산업자본주의가 만들어낸 획일화 된 맛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쌀을 씻어 밥을 하듯이 누구나 쉽고 간단하게 고추장을 만들수 있어야 한다.
강의는 수강생들 모두가 직접 고추장을 만들어 보는 실전교육으로 진행되었다. 재료는 입자가 고운 고춧가루, 메주가루, 액젓, 효소, 조청 모두 5가지다. 전통적인 방식의 고추장과 비교했을 때 액젓이 소금(천일염)을 대신하고 햇볕에서의 숙성은 효소의 미생물이 대신하는것 같다.
재료는 비율에 맞게 섞어만 주면 고추장이 완성된다. 5시간을 지나면 숙성이 되어 맛이 더 좋아진다고 한다. "이렇게 쉬워(?)" 그야말로 뒷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다. 불과 20분만에 고추장이 만들어졌다. 최적의 맛을 내기 위해서 재료선택과 비율을 맞추느라 많은 시행착오와 많은 비용이 들었다는 이 교수는 누구나 만들 수 있도록 방법을 공유하겠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