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 MBC 기자협회장
MBC노동조합
"다들 아시잖아요."지난 2012년 MBC 기자회장으로 파업 때 기자들의 제작 거부를 이끌어내 해고를 당했던 박성호 기자. 그는 "현재 MBC를 어떻게 보느냐"고 묻자 누구나 다 아는 걸 왜 묻느냐는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웃었지만 얼굴에선 MBC에 대한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법원은 지난 17일, MBC가 노조원에게 내린 해고 및 징계처분은 무효라고 인정했다. 또한 재판부는 "공정보도는 근로조건에 포함된다"며 파업의 정당정을 인정했다. 정영하 전 MBC 노조위원장은 당일 "너무 떨리기도 하고 좋기도 하다. 아까 판결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우리 조합원들이 좋아하겠다'였다"며 "다음부터 선배가 술자리에서 '너희 불법이야'라고 말하면, 당당하게 '네가 불법이야'라고 말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원의 판결 직후 MBC는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또 20일과 21일에는 <조선일보>에 재판 결과를 비판하는 광고를 냈다.
JTBC 보고 씁쓸할 줄이야...이에 박 기자는 22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기 의사표현은 자유라고 본다"라고 전제한 뒤 "변호인을 통해 유감스럽고 항소하겠다고 하면 될 것을 광고까지 내면서 사법부 판단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게 사법부에 좋게 비칠까?"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법원 판결 관련 MBC와 JTBC의 보도가 비교되는 것엔 "두 뉴스를 해직자들이 모여 저녁 먹으며 봤다"며 "MBC 보도가 그렇게 나가서 다들 씁쓸한 상황이었는데 JTBC 뉴스를 보고 누군가가 '우리 회사보다 낫네. 어디가 MBC야?'라고 말하더라"고 말했다.
종편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 MBC지만 박 기자는 "그간 조직에서 능력을 검증받고 평가받은 기자들이 다시 MBC 뉴스의 중심을 맡을 기회가 온다면 좋은 보도가 가능하리라고 본다"며 "저는 MBC 구성원들의 저력을 믿기 때문에 많이들 어렵다고 얘기하지만 가능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직 희망이 실낱 같이 보일지 모르지만 그런 희망을 믿기 때문에 다들 참으며 버티고 싸워나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다음은 지난 22일 방송회관에서 만난 박성호 전 MBC 기자회장과 나는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지난 17일 해고무효 확인소송에서 승소한 후에 박 기자께서는 "저 한 사람의 목이 아닌 전체 MBC 기자의 목을 쳤다가 오늘 붙이라는 판결이 난 거라 생각한다"는 소감을 밝히셨는데요."MBC 기자 전체를 해고할 수 없으니 대표로 저를 해고한 것이라고 봤거든요. 왜냐면 저희가 그때 집단적인 의사 표시를 했잖아요. 보도의 공정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과 파업 대체 인력을 뽑아선 안 된다는 주장을 집단적으로 했습니다. 이를 회사가 억압하는 과정에서 해고 등이 발생했는데, 이번 판결로 원상회복하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에서 그런 소감을 말했습니다."
- 판결 났을때 심경은 어땠어요?"기뻤어요. 지난 2년에 대한 보상을 받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저희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 받았기 때문에 저희 모두가 명예를 회복한 것 같아 모두 축하 받을 일이란 느낌이 먼저 떠 올랐어요."
- 판결을 앞두고 소송을 제기한 44명 전원이 승소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예측이 있었는데 예상 외로 법원은 44명 전원의 징계에 대해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어요."보도의 공정성에 대해서 법원이 대단히 정확한 판단을 내려 주셨어요. 저희가 보도의 공정성을 주장할 때, 사측은 특정 정파(야당)에 유리한 것만을 공정보도라고 주장하는 것 아니냐는 궤변을 펼쳤어요. 정작 자신들은 특정 정파(여당)에 봉사하는 뉴스를 계속 내보냈으면서요. 공정성이 담보되려면 객관적인 뉴스인지 또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불편부당한 뉴스인지가 갖춰져야 합니다.
또 보도 과정에서의 공정성도 중요합니다. 기자들이 언론자유를 충분히 누리면서 뉴스에 대한 의견 개진을 하고, 토론을 하면서 뉴스를 만드는 과정도 공정해야 합니다. 보도과정의 공정성 회복이 저희 목표인데 판결문을 보면 판사님이 그대로 언급 하셨어요."
"재판 승리... 우리는 정당했다"- 사측은 곧 바로 항소했고 17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를 통해 판결을 비판했습니다. 또 <조선일보><문화일보><매일경제> 판결을 비난하는 광고를 실었는데요."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자기 의사표현은 자유라고 봅니다. 그러나 자사 뉴스를 통해 판결을 비난하고, 일간지에 광고하는 건 낯설고 이해가 안 가죠. 그쪽도 재판 당사자잖아요. 통상 대기업이나 정치인도 자기가 원치 않은 판결이 나왔다고 해서 재판부를 직접 비난하지는 않죠. 변호인을 통해 유감스럽고 항소하겠다고 하면 될 것을 보도도 모자라서 광고까지 내다니... 사법부 판단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게 사법부에 좋게 비칠까요?"
- 당일 JTBC 뉴스가 MBC 뉴스와 비교되어 화제가 됐는데요. "해직자들이 모여 저녁 먹으며 두 뉴스를 봤어요. MBC 보도가 그렇게 나가서 다들 씁쓸했는데, 누가 'JTBC 뉴스할 시간인데 한 번 보자'고 해서 봤죠. 그걸 보고 다들 말을 못하더라고요. 누군가가 '우리 회사보다 낫네. 어디가 MBC야?'라고 말하더라고요. 저도 해외에서 어떤 분이 JTBC 뉴스 보고 소식 알게 됐다고 연락을 해서 씁쓸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