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크레쾨르 대성당몽마르트르 언덕에 위치한 백악의 성당이다. 성당앞의 계단에 앉아 파리시내를 내려다 보는 여유와 안식이 항상 여행객들을 편하게 하는 곳이다.
김진환
종교와 예술의 흔적이 깃든 몽마르뜨로 언덕을 오른다. 비잔틴 로마네스크 양식이라고 할 만한 사크레쾨르 대성당에서 내려다보는 파리시가지는 아련한 오후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신비한 감미로움을 느끼게 한다. 역사적 도시로서의 파리의 면모를 한눈에 대할 수 있는 기회이다. 인간은 자연과 시간이 공존하는 현실 속에 갇힌 존재 같아도 수많은 세월동안 대물림의 역사적 인과관계의 틀 속에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지나 아닐는지..
무엇인가 유연한 사고의 틀을 가질 수 있고 또한 가져야만 그 속에서 호흡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유의 도시, 파리는 그래서 늘 시간적 연속성 속에 우리들을 구속하지 않고 자유롭게 하는 정신적, 물리적 유연함을 갖고 있는 듯 하다. 그러기에 지치지 않고, 그래서, 변함없이 파리의 잔상들은 우리들에게 늘 새롭게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이면에는 인간에 대한 사랑과 연민이 항상 그들의 가슴속에 내재된 채로 일상을 채워가고 있는 데서 우리는 감동하고 우리는 좌절하는 감성적 미학을 경험하게 된다. 그것은 어쩌면 모두들 진지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일종의 애착 같은 현실감각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파리를 걸으면 시내의 건축물이 지니는 나름의 이미지에 주목하게 된다. 개선문의 보나파르트식 웅장함과 기개, 루브르박물관의 위엄적 궁전스러움, 에펠탑 고도의 과학적 존재의 경이로움, 수 많은 파리의 건축물들. 그리고 현대적 의미의 라테팡스의 거리 등등..
도시가 던지는 인간들의 거주공간으로서의 파리는 단순히 세상 사람들의 일상의 터일지라도, 에펠탑이 있는 파리는 생활 그 자체가 일종의 예술적 낭만과 추억의 흑백사진 같은 진한 감동의 순간으로 다가온다..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자유와 권리, 누구를 의식함이 없이 비록 개체로서의 독립적 자기영역을 구축할 수 있는 자유분망함, 기존의 틀 속에서 몸부림치듯 누구의 간섭이나 구속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해방감 그리고 설익은 진보니 인권이니 하는 미숙함이 아닌, 진정한 진보와 보수의 안정감.. 혹시 이러한 것이 서양이 지향해온 이념적 가치인 동시에 우리 인간의 본연의 모습으로 거듭나는 지향점이 아닐까..그것이 깨어있는 도시 파리이다.
어느 한적한 봄날의 파리의 하늘, 하얀 순백의 구름이 마치 하늘공원 속에 자유라는 이미지로 형상화된 채로 채워지고 있다. 눈이 시리도록 푸르른 우주의 창속으로 마냥 영원으로 빠져드는 몰입의 자아해체를 경험한다. 그 순간 솟구치는 에펠탑의 장대한 위용과 우람찬 기립의 단조로움은 아예 파리를 상징하는 예술적 광기로 다시 태어난다. 누가 저런 괴물스러운 철각의 단순 구조물이 낭만과 추억의 표본같이 항상 우리들의 가슴속에 알알이 자리매김할지 상상이나 했을까.. 최고정상에서의 파리시내를 내려다 보는 일종의 모험같은 경이로움, 이것이 인간의 손과 영혼이 합작하여 창조해낸 인간의 유산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문득 주위의 숲과 잔디의 초록 평화가 왠지 그 차가운 철골물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대비가 신선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