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40조 수익낸 금융권, 출연금 인상은 거부

신보 금융기관 법정출연요율 인상안 표류... 중기청 연구용역 의뢰

등록 2014.01.24 17:06수정 2014.01.24 17:06
0
원고료로 응원
지역신용보증재단의 재정 건전성이 해가 거듭될수록 악화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기업청(아래 중기청)을 포함한 정치권은 현재의 지역신보의 재정 건성성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기관의 법정출연요율 인상밖에 없다고 한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그러한 주장에 대해 금융기관들은 오히려 수익이 떨어졌다며 맞서고 있다. 진실이 무엇인지 그 속을 들여다보았다.

금융기관의 지역신용보증재단(이하 지역신보) 법정출연요율 인상안을 두고서 지난해 8월부터 치열한 공방전을 펼쳐온 중소기업청과 금융위원회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중소기업청의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최종 결론이 날 전망이다.

최근 중기청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0.02%인 금융기관의 법정출연요율 0.07%로 인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지역신용보증재단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해 9월 말 입법예고 하고 관계 부처 간 협의를 두 차례나 진행했지만, 이해 당사자인 금융위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되자, 결국 이번 인상안의 필요성에 대한 연구용역까지 의뢰하게 됐다.

현재 이 연구용역은 이미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으며, 빠르면 오늘 3월경 최종 보고서가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중기청은 "연구결과 보고서가 나오는 대로 부처 간 협의를 재진행할 것"이라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시행령이 원안대로 개정될 수 있도록 금융위와의 이견을 좁혀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신보 금융기관 법정출연요율 인상 놓고 중기청-금융위 갈등

하지만 이번 연구용역을 두고서 소상공인 단체를 포함한 정치권에서는 말들이 많다. 소상공인 관련 단체 관계자들은 대중소 기업 간 동반성장과 상생이 일반화된  마당에, 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경쟁력 강화에 꼭 필요한 금융기관의 법정출연금을 더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 금융위가 왜 바람막이를 자처하고 나섰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금융위의 반대를 강하게 질타했던 박완주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도 "참 우스운 얘기다"라고 전제하면서, "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법정출연금 인상에 대한 금융권의 미온적인 태도나, 또 이를 대화로 해결하지 못해 인상안을 주제로 한 연구용역을 낸 중기청이나 한심하기 짝이 없다"며 "연구용역 의뢰 보고를 위해 찾아온 중기청 관계자를 두 번씩이나 돌려보냈는데, 결국 연구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들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그 관계자는 또 "국내 금융사들이 최근 5년간 40조가 넘는 순이익을 내고도 올해(2013년) 순이익이 줄었다는 이유로 1000억 원에 불과한 소상공인 보증지원 출연요율 인상을 거부한 것은, 사실상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비꼬았다.


정치권과 소상공인들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의 BIS비율(자기자본비율) 그렇게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권의 출연금 인상안을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지역신보의 BIS 비율이 신보나 기보에 비해 오히려 더 건전하다는 것이 수치적으로도 나와 있는데, 단지 대위변제금 비율이 높다고 주장하는 것은 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라고 해명했다.

금융위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중기청 관계자는 "지역신보의 자기자본 평균 운영 배수가 5배이며, 신보나 기보는 7배에 이른다"며 "신보나 기보의 운영 배수가 더 높은 것은 그 만큼 BIS비율이 안정적이라는 것을 뜻한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특히 소상공인이나 소기업이 수도권에 밀집된 상황에서 수도권의 지역 신보의 운영 배수가 평균치에 비해 훨씬 더 높지만, 다른 지역의 운영 배수는 평균치를 밑도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신용보증재단은 사업성이나 성장가능성이 있지만 담보가 부족한 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채무를 보증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보증재원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금융기관의 출연금을 통해 그 재원을 확보하고 있다.

"출연요율 3.5배 인상해야" VS "상반기 수익성 악화"

중기청에 따르면, 출연요율이 0.07%로 인상될 경우 지난 2012년 기준으로 670억 원이던 법정출연금이 2347억 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래도 지역신보의 대위변제금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중기청은 "채무자가 돈을 갚지 못할 경우, 지역신용보증재단이 대신 갚아야 되는 대위변제금이 지난 2012년 기준으로 5142억 원에 육박하고 있다"며 "대위변제금 대비 법정출연금 비중, 지역신보 보증점유율 등을 감안, 기존보다 3.5배 인상(0.07%)해 금융기관 출연요율을 현실화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표1, 2 참조>

<표1>  '12년 대위변제금 대비 법정출연금 비율 (단위 : 억원, %)

구분                  지역신보        신보       기보      신기보 평균
법정출연금(A)     670              8,232      4,727         6,480
대위변제금(B)     5,142           19,355     9,316        14,336
비율(A/B)           13.0%           42.5%      50.7%       45.2%

 <표2> 지역신보 대위변제 및 출연금 비교 (단위 : 억원)

구  분                 ~'06       '07        '08      '09      '10       '11      '12       계
법정 출연금(A)      40         563       626      698     693      702     670     3993
대위 변제금(B)    8,588     1,152    1,355    2,330   3,743   4,991   5,142   27,301
A/B(%)                 0.5       48.9      46.2     30.0     18.5     14.1    13.0     14.6

중기청은 또 "지역신보의 보증규모가 점차 증가하면서 정부 및 지자체가 매년 1000억 원 수준의 재원을 출연하는 등 재정부담이 가중되자 정치권에서도 금융기관의 부담 현실화를 제기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표3 참조>

<표3>  지역신보에 대한 출연 현황 (단위 : 억원)

구 분               ~'0.6       '07       '08        '09       '10        '11      '12       계
정부              3,709        259      330       5,300     100       300     300     10,298
지자체           8,125        809      656       1,474     708       704     616     13,092
금융기관           40         563      626         698      693       702     670      3,993

지역신보중앙회 측도 "기술신용보증을 비롯해 지역신보, 지역신보중앙회 등에 출연하는 금융기관의 법정출연금 중 지역신보로 돌아가는 금액은 고작 5%에 불과하다"며 "이는 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을 크게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중기청의 이러한 주장에 대한 금융위의 반발도 만만찮다.

금융위는 "금융권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8% 하락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급격한 출연요율 인상이 금융기관 부담을 가중시킨다"라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박완주 의원실 관계자는 "국내 금융기관의 2008~2012년 당기순이익은 44조4000억 원으로, 수익악화를 이유로 법정출연금 인상안에 거부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은행들의 부실채권 비율도 1.90%로 비교적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표4 참조>

<표4> 최근 5년간 국내은행 당기순이익(단위: 조)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합계
국내은행
당기순이익        7.7           6.9          9.3          11.8         8.7         44.4

그는 또 "5년간 40조 원의 이익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2분기 이익이 1조원밖에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출연에 참여하지 못하겠다는 금융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며 "이 같은 상황이라면 향후 소기업과 소상공인 재(再)보증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는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소상공인신문 40호에 게재될 기사입니다.
#지역신용보증기금 #중소기업청 #박완주의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3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4. 4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5. 5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