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학교 협동조합을 방문했다.
김명신
"그래,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일단 가보는 거야."그런 초보적인 질문을 시작으로 서울학교협동조합추진단(가칭)을 결성하고 두세 차례 모임을 통해 사전 정보를 습득한 13명은 함께 길을 나섰다.
경비를 아끼느라 비행기를 갈아타고 고생고생 끝에 맨 처음 찾아간 곳은 말레이시아 교육부. 말레이시아 수도는 쿠알라룸푸르지만 우리처럼 쿠알라룸푸르 옆에 과천 같은 행정도시를 만들어 총리공관과 정부부처 등을 모아 놓았다. 말레이시아는 국민경제소득이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더구나 말레이시아는 협동조합을 서클 활동처럼 장려하며 학생들이 경제관념과 회계방식실습, 사업가 정신과 협동심을 기를 수 있도록 활용하고 있다. 학교 협동조합을 통해 단순히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성을 기르는 데 좋다는 인식을 적극 활용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교육부가 학교협동조합설립허가를 내줄 때 학부모들에게 수많은 '핑퐁'을 치며 설립을 지연시킨 것과는 분명 달랐다.
다음은 말레이시아 교육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교육부 관리의 환영사 중 일부이다.
"국가의 발전이나 경제발전에 있어 교육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교육을 통해 개개인이 속한 공동체나 국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인재가 양성됩니다. 국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개개인 각자의 지식이나 역할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교육 수준이 높은 국가가 경제적 풍요로움을 누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말레이시아의 교육을 통해 학생은 지식적인 측면만 아니라 영적으로도 성숙됩니다. 교과서 지식 습득만 아니라, 비판적 사고를 바탕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인지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단순히 문제풀이식의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높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를 위해 학생 개개인이 자신의 가능성을 충분히 높일 수 있도록 팀 활동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엔 무려 2200개 이상의 학교협동조합이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교육은 협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6개의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리더십을 기르는 교육, 단 하나의 언어만이 아니라 영어와 같은 외국어도 말할 수 있게 하는 것, 영적 성숙, 국가관 제공 등을 목표로 합니다. 이 모든 것은 말레이시아 교육 철학의 일부입니다. 학생들이 공부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스포츠 클럽 중 한군데에 들어갈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습니다."교육부는 학생들이 협동조합 활동을 통해 기업가 정신을 기르고, 더 도덕적으로 훈련이 되어, 나중에 기업가가 되더라도 물건을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더 좋은 가격과 정보를 주는 법을 익히게 된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당연히 학교 협동조합 내 의사결정 구조의 주체는 학생이 된다고 한다. 학교 협동조합 내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리더를 뽑는다. 학생들 스스로가 조직 구조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장려하고 학교관계자는 조언을 해주거나 독려를 할 뿐이지, 교육부에서 전혀 관여를 하지는 않는다. 이사회도 학생들로 구성된다.
교장은 일 년간 학교 협동조합 활동이 끝나면, 결산을 하고 거기에서 난 수익은 다른 학교 협동조합 활동을 돕는 데 쓴다고 한다. 학부모는 학교 협동조합 활동에 관여하지 못한다. 학생들이 아직 어리기 때문에, 학부모가 대신 계약서에 사인 하는 정도이며 학부모회도 따로 없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 학교매점협동조합은 학부모가 중심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