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탈핵 전문가 고이데 히로아키가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임경호
재처리 기술은 '독점'고이데씨와 마주한 기자들의 주 관심사는 일본의 핵연료 재처리 문제였다. 한국은 지난해 10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공식 출범시키고 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의 안전 점검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한국은 이미 23개 핵발전소에서 내놓고 있는 핵연료가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일본의 처리 방법에 관심이 높을수 밖에 없었던 것. 고이데씨는 "재처리 기술이란 원자력 폭탄의 재료인 플루토늄을 핵연료에서 추출해내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의 재처리 기술 부재를 지적했다. 일본은 그동안 영국과 프랑스에 있는 공장에 핵연료 재처리를 위탁해 왔는데 이미 계약이 끝난 상태다.
사실 그동안 재처리 기술은 핵무기 보유국인 미국 등 5개 나라가 독점해 왔다. 5개국 이외의 나라에서는 재처리를 할 수 없을뿐더러 이들 나라에 의해 재처리 과정이 규제돼 왔다. 한국정부도 재처리에 손댈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일본은 미국과 교섭 끝에 재처리 허가권을 얻어 현재 아오모리현 로카쇼무라 지역에 재처리 공장을 지었다. 하지만 로카쇼무라의 재처리 공장은 계속된 문제 발생으로 아직까지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재처리 권한이 없는 한국이나 일본은 그런 면에서 사용 후 핵연료를 처리할 방법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사용 후 핵연료를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이 포화상태에 달해 저장시설의 핵연료봉 밀도를 갈수록 높여가고 있다. 일본도 같은 방법을 쓰고 있다. 앞서 영국과 프랑스와 맺은 계약은 기간이 만료됐고, 사용 후 핵연료를 둘 곳이 없는 상황에 원전부지 저장소가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중간저장시설', 한국은?
그래서 일본은 '중간저장시설'을 짓기 시작했다. 사용 후 핵연료에서 방출되는 독극물을 무해·무독화할 방법이 없는 지금 임시변통으로 중간저장시설을 고안한 것이다. 이 시설을 어떤 형태로 만들지는 일본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 정부는 깊은 구멍을 뚫어 그곳에 독극물을 메우려는 방법으로 법률을 정했다. 하지만 보관기간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지반에 구멍을 뚫어 독극물을 매립하는 방법은 지진이 잦은 일본의 상황을 고려할 때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게 고이데씨의 주장이다.
"일본 정부는 내게 '어쩌라는 말이냐'는 식으로 물어본다. 하지만 나도 모른다. 애초에 뒤처리 할 수 없는 위험물을 생성하지 말라는 게 내 주장이다. 이미 일본에는 원전을 가동하며 히로시마 원폭 기준 130만 발에 해당하는 방사능을 생산해버렸다. 이런 것들을 무독화 하는 연구가 필요한데 언제가 될지 모른다. (매립한다면) 그동안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지반이 있나? 찾지 못할 거다."'유리고화체'도 문제다. 재처리 공장을 만들더라도 재처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고준위폐기물 유리고화체를 처분할 방법이 아직은 없는 실정이다. 일본이 중간저장시설을 넘어 재처리 공장을 갖추더라도 또 하나의 산을 넘어야 하는 셈이다. 재처리 권한이 없는 한국은 한 술 더 뜬다. 한국도 올해 끝나는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해서 재처리 권한을 확보하려 했지만 미국이 한국의 재처리를 인정하지 않아 2년 연기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