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외교부 인권대사
이희훈
"자꾸 북한 자극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북한 자극 안 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인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할 것인가. 북한인권법이 없었어도 이미 핵실험, 천안함, 연평도 등등 많은 도발이 있었다. … 노약자가 깡패한테 맞고 있는 걸 보고 내 일이 아니라고 지나치는 것은 정의로운 일이 아니다."지난 21일 연세대에서 만난 이정훈(53) 외교부 인권대사(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한자극과 실효성을 이유로 북한인권법을 반대하는 주장에 대해 이렇게 반박했다.
지난해 8월 1년 임기의 외교부 인권대사를 맡아 북한인권 문제와 관련해 맹렬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그는 "북한 내의 인권침해는 이제 북한 자신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세계적 흐름도 만들어져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올 3월 발표예정인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Commission of Inquiry)의 최종보고서를 강조했다. 보고서 회람 후 북한 인권과 관련한 권고안을 채택하는데 (4대 국제중대범죄의 하나인) '반인도범죄'라고 규정되고, 인권유린 책임자에 대한 언급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되면 북한인권 문제가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소 여부가 논의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북한 인권민생법 제정 추진' 발표에 대해서도 "민주당도 세계적 흐름과 국내 여론을 역주행하는게 부담스러웠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그 배경을 분석했다. 민주당의 북한인권법안들이 대북인도적지원을 그 핵심으로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대북인도적 지원을 하는데 인권법은 필요 없다, 지금까지도 그렇게 지원해오지 않았나"라며 "여야간 협의에 따라 인도적 지원 부분이 포함이 될 수는 있겠으나, 그렇더라도 반드시 북한 인권 개선과 연결돼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비서실장과 4선 의원을 지낸 이동원 전 외교부 장관의 아들인 이 인권대사는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로 불린 한국미래연구원 외교분야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대선 때는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산하 외교통일추진단에서 활동했다.
다음은 이정훈 외교부 인권대사와 나눈 문답 전문.
"북한 내 인권침해, 이제 누구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 공식직함이 '외교부 인권대사'인데,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특화된 책임을 맡은 것인가."'북한 인권대사'는 아니고 포괄적이다. 일본 종군위안부 할머니들 문제를 다룰 수 있고 시리아 같은 타국 인권 문제를 다룰 수 있는데, 사실상 99% 북한 인권 문제를 다뤄왔다. 제성호 교수나 김영호 교수 같은 전임자들도 그랬다. 우리가 세계적인 국가이고 경제강국이기 때문에 좀 더 포괄적으로 다른 나라 사안들에도 목소리를 내야 할 것으로 본다."
- 무보수 명예직인데, 정부 지원은 어떻게 되나."제가 풀타임으로 인권대사 업무를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북한인권법이 있기 때문에 북한 인권대사가 있고, 연간 2400만불(255억원)의 예산에 보좌 직원들도 두고 있다. 북한 인권 단체들 지원도 한다. 북한 인권 관련 유엔 회의 등에 참석할 때는 물론 정부지원을 받는데, 일상적인 활동지원까지는 아니다. 우리도 북한인권법 내용에 따라 북한인권대사가 별도로 만들어질 수 있지 않겠나."
- 현재 시점에서 '북한인권법'이 필요한 이유를 정리해달라."북한 내의 인권침해는 이제 북한 자신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제인권규약의 30여개 기초 조항 중 단 한 가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헌법상 우리 국민들이다. 국제사회는 이미 발빠르게 움직였다. 미국, 일본은 물론 EU까지도 초미의 관심사로 삼고 있다. 캐나다는 작년 9월에 중앙 정부 차원에서 북한 인권의 날 선포식도 가졌다. 정작 우리 국회에서 인권법이냐 인권민생법이냐 이렇게 싸울 상황이 아니다. 인권 문제는 좌우가 없는 것이고, 정치화시키면 안된다."
- 독일 사례에서 취할 점이 있다면? 서독은 동독을 겨냥한 인권법을 만들지는 않았는데."통일 전 동독과 현재의 북한은 큰 차이가 있다. 경제적으로도 동유럽에서 가장 사정이 좋았다. 단순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북한 인권민생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새누리당이 아닌 야권쪽에서 야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이런 뜻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이미 세계적 흐름은 만들어져 있다. 국내에서도 북한인권법을 만들어야 하는 게 여론의 대세라고 본다. 민주당으로서는 이런 상황에서 역주행하는 게 부담스러웠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민주당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토대로 한 정당인데, 계속 외면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올 2월에 올바른 방향으로 통과되기를 바란다. 민주당의 변화는 매우 고무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북한인권법은 최소한... 제정해놓고 교류도 지원도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