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머리가 거지의 발바닥에... 그들은 평등해진다

바깽이의 인도여행엽서②

등록 2014.01.22 19:11수정 2014.01.22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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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마 마스지드에서(델리)
자마 마스지드에서(델리)박경

그들은 신께 경배 드리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하루 세 끼 끼니를 잇듯 하루 다섯 번, 거르는 법이 없다.

여행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무슬림들의 신실함은 놀랍다. 기차 안이건, 장거리 버스 휴게소건 카펫을 깔고 절을 하는 무슬림들을 이집트에서는 흔히 볼 수 있었다.


무굴제국의 아우랑제브가 죽은 이후, 인도의 이슬람교도들은 힌두교도들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모스크에서 만나는 무슬림들은 평화롭기만 하다. 바닥에 이마와 코를 조아리다 보면, 부자의 머리는 앞자리의 거지 발바닥에 닿기도 한다. 그렇게 신을 섬기면서 그들은 평등해진다.

무굴제국의 옛 수도, 올드 델리에는 인도에서 가장 큰 자마 마스지드(모스크)가 있다. 한 사내가 메카를 향해 깊은 절을 하고 있었다. 사람의 뒷모습에도 표정이 있는 것처럼, 들린 엉덩이와 맨발에 사내의 신심이 짙게 배어 있다.

살아가면서 한 번쯤 온 몸을 엎드려 온 마음을 다하고 싶은 것이 누구에게나 있는 법. 누군가에게 그건 종교일 수도 신념일 수도, 한때 그건 문학일 수도, 미래일 수도, 사랑일 수도 있을 것이다. 미래가 시시하다, 들뜨지 않고 사랑이 순진하다, 코웃음 친다면 이제 더 이상 젊지 않은 것이다. 분별없이 아무것에나 팍! 꼬꾸라진다면, 그건 너무 늙어버린 것이다.

지난 대선 이후, 노인네들이 미워졌다. 세상 풍파를 겪고 경험이 깊어져 나이가 들면, 더 현명해진다는데 왜 더 고집스럽고 어리석어지는 걸까. 해가 갈수록 허리가 굽고 등이 휘어 겸손해지다 못해 아무 앞에서나 비굴하게 엎어지는 꼴이다.

무슬림들은 모스크 안에 어떠한 초상화나 조각상도 모시지 않는다. 저렇게 온 몸을 굽히는 그들 앞에는 신(神) 외에는 그 어떠한 것도 존재할 수 없기에.
덧붙이는 글 2013년 1월 한달 동안 인도를 여행했습니다.
#인도 #델리 #인도여행 #자마 마스지드 #모스크(이슬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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