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거름으로 작게 키운 배추는 저장성이 높고 맛이 좋다
오창균
"배추가 너무 작아요. 선생님이 농사를 지을줄 모르는 것 같아."
몇년 전 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들과 생태텃밭수업을 하는 강사로 활동할 때의 일이다. 김장을 하러 온 학부모들의 장난스런 불평에 젊은 원장님은 "유기농 이라서 그래요"라며 멋쩍어했다. 하지만 나는 처음 겪는 일이 아니라서 일일이 설명하기보다는 봄이 되면 작은배추의 진면목을 알게 될 거라며 배추를 소금에 절였다. 그 해 김치는 아이들이 직접 키운 작은배추와 양이 부족할 것 같다며 학부모들이 사온 큰 절임배추로 김장을 해 김치냉장고에 넣었다.
키 크고 싱거운 배추는 맛이 변한다다음해 봄, 다시 아이들과 텃밭농사를 시작했다. 어느날 어린이집 행사 때 여러 음식들과 김장김치가 식탁 위에 차려졌고, 김장을 도왔던 학부모 몇 명도 다시 만났다.
"같은 양념인데 애들이 키운 배추가 더 맛있네. 이것(절임배추)은 맛이 별로네요."다른 곳에서도 같은 말을 여러번 들었다. 큰 배추와 작은 배추의 어떤 점이 맛에서 차이를 만드는 걸까? 결론을 먼저 말하면 큰 배추는 잎이 두껍고 수분이 많아서 부드럽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수분에 많은 탓에 물러지고 맛이 떨어진다.
작은 배추는 잎이 얇고 수분이 적어서 거친맛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도 처음의 맛이 그대로 유지되고, 깊은 맛이 더 생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큰 배추와 작은 배추가 만들어질까?
당연한 말이지만 거름을 많이 주면 배추는 커지고, 적게 주면 작은 배추가 된다. 특히 작물을 크게 하는 질소성분이 많은 화학비료를 주면 '폭풍성장'으로 아주 큰 배추를 만들 수 있다. 질소를 많이 흡수한 배추의 세포는 팽창하고 늘어나면서 크게 자란다. 세포 안은 많은 수분으로 채워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저장성이 떨어져 물러져 맛도 떨어진다.
여러 비교 실험에서도 화학비료로 키운 작물보다 발효퇴비를 넣은 유기농으로 키운 작물의 저장성이 높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맛에서도 유기농 작물이 더 뛰어나고 영양성분도 더 많다. 화학비료에는 작물성장에 필요한 몇가지 원소만 있는 반면, 발효퇴비에는 다량의 원소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