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부총리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고 종합방지 대책 당정협의에 참석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현 부총리는 "이번 사건이 발생해 매우 유감이고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사과를 했다.
유성호
사실 금융권의 개인정보 유출은 생경한 장면이 아니다. 일일이 손으로 꼽기엔 민망할 정도가 돼 버렸다. 정부는 사고가 터질 때마다 정색하며 각종 대책을 내놓았다. 카드대란과 돌려막기에 몸살을 앓는 사람들이 늘었을 땐 카드 발급 제한과 길거리 모집을 중단하라는 대책을 내놨다. 또 수천 만 건의 개인정보유출 사건이 터졌을 땐 번번이 카드사의 책임소재를 확실하게 묻고 보안 관리에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사건이 희미해질 때면 다시 카드 발급은 남발됐다. 또 개인정보를 소중하게 다루겠다고 했으면서도 개인정보에 동의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카드사의 정보가 유통업체로 흘러 들어가고, 보험회사 영업에 활용되었던 건 동의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선택할 수 없었던 고객이 울며 겨자 먹기로 입력한 개인정보였다.
사실 이번 카드3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정부 등의 대응은 신속했다. 일부에서 터져나온 '대통령 신상이 털렸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문제가 된 카드 3사 임원진들은 하루 저녁에 모두 옷을 벗었다. 정부는 연일 정보가 담긴 USB 메모리가 회수됐기 때문에 2차 피해는 결코 없을 거라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그러면서 이번엔 정말 특단의 대책을 내놓겠다며 국민들의 이해와 믿음을 요구했다. 그러나 은행의 대응이나 정부의 대책은 신뢰하기 힘들 정도로 한심스럽다.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이 불온세력들 때문인 것처럼 때아닌 색깔공세에 나선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의 모습만 봐도 그렇다.
22일 카드사 개인정보유출 정부종합대책을 들고 나온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유출된 고객 정보가 전량 회수돼 피해 가능성이 전혀 없다"면서 "개인 정보가 유통되지 않았다는 것을 수사당국이 수차례 확인했으며 사고 발생 이후 1년이 지나도록 단 한 건의 피해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앞서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복사본까지 압수했기 때문에 2차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다.
정부 대책, 국민들을 안심시키기엔 역부족이다그러나 이는 너무 단편적인 진단이다. 이번 유출 사태를 이용해 스미싱이나 보이스피싱이 더 활개를 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유출된 개인정보를 이용한 것이 아니더라도, 카드3사와 감독기관을 비롯한 정부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대책에 신뢰가 안 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대책에는 ▲카드사 3개월 영업정지 ▲정보 유출 금융사에 대한 징벌적 과징금 및 처벌 강화 등이 포함돼 있어 그동안 내놓은 대책보다는 강력하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카드사의 무분별한 확장 영업이나 개인정보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제재가 빠져 있다. 특히 금전적 피해를 제외한 정보 유통으로 일어나는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가장 씁쓸하다.
길에서 사람의 신용을 평가하고 개인정보를 기업의 독점 자산처럼 취급한 카드사는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자다. 또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이번 대책에는 금융위원장 등이 책임을 지는 모습이 포함돼 있어야 했다. 따라서 22일 발표된 정부의 종합대책은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믿음을 주기엔 역부족이다.
문명의 이기가 된 신용카드. 카드사의 탐욕을 제어하고 국민의 안전과 신용이 보장되는 진정한 카드 대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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