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청 작은 결혼식의 첫번째 주인공 권준명, 서현진 씨가 버진로드를 퇴장하고 있다. 이날 예식은 친환경, 기부 결혼식을 주제로 진행됐다.
이기태
신부대기실을 박차고 나온 신부가 신랑과 함께 하객을 맞고 그 앞을 지나던 사람들은 이들의 즐거운 풍경에 하객을 자처했다. 모든 하객이 미리 준비된 성혼선언문을 함께 낭독하며 결혼의 증인이 됐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천만 시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결혼했으니 더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며 덕담을 건넸다. 지난해 1월 12일 처음 문을 연 서울특별시 신청사 시민청의 모습은 이랬다.
'시민이 주인이 되는 공간'을 모토로 서울시가 시민에게 개방한 시민청이 개관 첫 돌을 넘겼다. 그동안 시민대학, 마켓, 공연, 전시 등 다양한 행사가 연중 내내 열리며 140만 명이 넘는 시민이 이곳을 찾았다. 시민들에게 가장 주목받은 것은 단연 결혼식이다. 국가의 상징적인 시설에서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은 시민들의 기대감을 부풀리기에 충분했다.
시민청이 누구에게나 결혼식을 올릴 수 있도록 허락한 것은 아니다. '시민 스스로가 만드는 작고 뜻깊은 결혼식'을 원칙으로 최대 150명의 손님만 초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시민청 결혼식의 핵심이다. 기형적 결혼문화로 인한 폐단이 하우스푸어 등 현상과 맞물려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그를 개선하기 위한 공공기관의 역할이 요구되던 시점에 시민청이 '작은 결혼식' 문화를 선도하는 기관으로 앞장서게 된 것.
허례허식을 탈피하자는 취지에 평소 고비용 결혼식에 염증을 느낀 이들은 크게 반색했다. 토요일에 단독 공간 4시간여를 사용하는데 드는 비용은 6만6000원. 시민청 제휴 업체를 통한 대여·장식 등 제반 사항 진행비용, 150명 식사 대접 비용을 더해도 평균 700만 원 선에 예식을 치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니 많은 시민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환경을 생각하는 결혼식, 나눔과 기부가 있는 결혼식, 부부와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결혼식 등 세리모니에 초점을 둔 이벤트성 예식이 아닌 의미 있는 결혼 준비를 할 수 있다는 점도 큰 공감을 얻었다. 뜻깊은 결혼 준비의 일환으로 시가 진행한 예비부부 교육에는 회기마다 수백 명의 예비부부가 참석해 작은 결혼식 열기를 실감케 했다.
'인원 제한 150명'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발생해 지난해 3대 1가량의 경쟁률을 뚫고 35쌍의 시민청 작은 결혼식 커플이 탄생했다. 절약한 비용으로 열악한 환경의 아이들에게 교육비를 기부한 부부, 형편이 어려워 식을 치르지 못하고 살다가 70살이 넘어 결혼식을 치른 부부 등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진 이들이 시민청을 거쳤다. 그러나 모두가 성공적이고 감동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시행 첫 해이고, 제각각 여러 시도가 있었던 만큼 일부 잡음이 존재했다.
가장 두드러진 문제는 인원에 대한 것이다. 인원 제한을 150명으로 하고 있지만 하객을 추리는 과정에서 이를 온전히 맞추지 못해 문제가 발생하는 것. 식음료가 항시 대기 중인 서비스 업체가 아닌 터에 예정된 인원이 아니면 아무리 먼 길을 왔어도 빈속으로 돌려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종종 발생했다. 앉을 자리가 없어 식이 어수선한 것도 피할 수 없었다. 예식 당사자는 이것이 운영이 미숙한 탓이라는 입장이다.
시민청 결혼식 운영을 담당하는 서울문화재단 관계자는 "작은 결혼식 취지에 공감해서 건전하고 소박한 예식 기획을 짜놓으신 분들이라도 막상 예식을 준비하다 보면 일반 결혼식과 다름없는 결혼식을 하시는 분들이 많았다"면서 "결혼식에 초대되는 사람을 많이 고려해야 하는 우리나라 결혼 문화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시민청 결혼식 취지도 있고 제반 여건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구를 모두 맞춰드리지 못하는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운영자 측 입장을 덧붙였다.
"소통 방법이 아쉬워... 적극적 홍보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