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를 이장하며 옮겨 온 인물석. 검버섯처럼 피어난 이끼에서 세월의 풍상이 느껴집니다.
임윤수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어진 우연한 사고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남겨진 숙제처럼 지켜보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그렇게만 생각되지 않는 게 사실입니다. 산소를 이장하고 채 1년이 되지 않아 고개 너머 선산임씨 집성촌인 걸만리에 사는 자손 중 한 명이 졸지에 급사했다고 했습니다.
그 후 1년쯤이 지난 봄, 고향마을에 살던 소종 장손이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있는 어버이날 행사 자리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급사(急死) 했습니다. 고향에서는 매년 어버이날이 되면 부녀회에서 잔치 음식을 준비해 마을회관에서 경로잔치를 벌입니다. 한창 바쁜 때지만 그날만큼은 동네 어르신들 거반이 다들 모입니다.
그날도 그랬답니다. 잔치가 벌어지고 종손어르신 또한 맛난 음식을 배부르게 드시며 기분 좋게 반주도 몇 잔 드셨답니다. 시골 마을회관은 대개 두세 개 정도의 널따란 방으로 돼 있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방에서 종손께서는 잠시 쉬려는 듯 구석으로 가 슬그머니 돌아누우셨답니다. 그러고 잠시 후, 종손의 부인되는 이가 종손 주머니에 있는 휴대전화기를 쓰려고 깨우다 보니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답니다.
그리고 6년 여의 시간이 흐른 지난 11월 3일, 임백령할아버지의 시향(時享)을 지낸 날 저녁, 산소 이장을 총괄하셨던 재종형님이 황망하게도 경운기 사고로 고종명의 복을 누리지 못하고 비명횡사하셨습니다.
젊어서는 장사 소리를 들었고, 나이를 잡수셔서도 젊은이들 못지않게 건강하셨던 분입니다. 경운기 또한 수족을 부리듯 사용하던 농기계니 서투를 리 없는 분이 정말 눈 깜짝 할 사이에 회복할 수 없는 윤화(輪禍)로 명운을 달리하셨다는 부고를 접하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정도전과 무학 대사도 다툰 좌향(坐向) 생자필멸(生者必滅)이라고 했습니다. 누구나 다 죽습니다. 사고가 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예언처럼 들었던 일들이 여봐란 듯이 벌어지고 있으니 도대체 풍수가 무엇인지, 묏자리가 정말 영향을 미치는 건지 아닌지가 점점 궁금해지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