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철 새정치추진위원회 청년위원“스펙만 앞세우는 게 구태 정치다”
김종훈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행보가 분주하다. 인물난 때문이다. 사태 해결을 위해 지난 15일 교수·영화제작자·학생을 포함하는 새정치추진위원회(이하 새정추) 새 인물 8인을 발표했지만 큰 반향을 얻지 못했다. 새정추를 향한 우려의 시선이 더욱 커졌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한 사람이 생겼다. 바로 새정추에 합류한 84년생 안희철(30) 청년위원이다. 그는 '박근혜 키즈'로 불렸던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와 대비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준석 전 위원이 새누리당에 '스카웃'된 경우라면, 안 위원은 안철수의 '유스 시스템'을 통해 자발적으로 자리를 꿰찬 경우다. 실제로 그는 '청년들의 새로운 정치'(이하 청새치)> 창립회장이다. 현재 서울대 로스쿨에 재학중이다. 이번에 발표된 새정추 8인 중 유일한 학생이다.
안 위원이 처음부터 정치에 관심 가졌던 것은 아니다. 그 역시 스펙 좋고 공부 잘하는 평범한 물리학도였다. 그러다 2011년 본격적으로 정치에 눈을 떴다. '포항 열린학교'에서 야학 교사를 하며 청년들의 변화를 몸으로 체험한 탓이다. 스스로 "정치가 현실을 바꿀 수 있음을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이후부턴 본격적인 생활정치를 시작했다. 청새치 활동을 벌이며 '청년 생활과 밀접한 정책과 입법 제안'을 목표로 삼았고, 미용보조 등 견습생 인턴을 위해 '인턴보호법'도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안 위원은 지난 대선 때 안철수의 진심캠프에 몸담았다. 이후의 결과는 모두가 잘 알 듯, 안철수 후보는 중도 사퇴했고 진심캠프는 해산됐다. 그는 "이날의 아픔을 또렷이 기억한다"고 말했다. 새정추 청년위원으로 도전한 이유도 "새정치가 허무하게 사라지는 게 억울해 합리적인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바꾸고자"라고 했다.
안 위원이 거쳐온 과정을 처음부터 지켜본 새정추 내부에선 그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다. 내심 지난 대선 때 불었던 '이준석 효과'가 불어오길 기대하는 눈치다. '박근혜 키즈 이준석'의 선례가 있듯, 청년 정치인은 기성 정치권에 여전히 매력적인 카드다. 하지만 아직 판단은 이르다. '제2의 이준석'이 될지 혹은 '안철수의 새 남자'로 기억될지는 그의 행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
20일 오후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안희찬 새정추 청년위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래는 일문일답이다.
"우리는 청년들을 들러리로 세울 생각없다" - 안철수와 안희철 이름이 비슷하다. '문중 인물 아닌가'하며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웃으며) 절대 아니다. 새정추에서 저처럼 안철수 의원과 아무것도 엮이지 않은 사람을 찾기 어렵다."
- 현재 새정추 청년위원이다. 그럼 '청년위원회' 대표도 맡은 건가? "아직 아니다. 저는 새정추 청년위원일 뿐이다. 청년위원회 위원들은 안철수 의원이 직접 만나보고 뽑고 있다. 오늘도 2시간 넘게 안 의원이 직접 면접을 진행했다. 그만큼 새정추는 청년들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의미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청년위원회의 역할이다. 우리는 절대 청년 한두 명에게 모든 시선을 집중시키지 않을 거다. 청년을 들러리로 세울 생각도 없다. 우리들의 목표는 '내부적인 육성'이다. 바르셀로나 유소년 축구팀을 생각하면 된다. 청년들이 정당에서 자연스럽게 능력을 쌓고 이 정당에 오래 있으면 정치를 할 수 있다는 자연스러움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 그런데 왜 굳이 안철수인가? "안철수 의원이 말했다. '청년들의 사다리가 되고 싶다고….' 이 말이 나를 움직였다. 청년 정치인이 성장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과 환경, 구의원·시의원 등 기초의원 과정을 거쳐 국회의원까지 가게하고 최종적으론 대통령까지 도전하게 하는 그런 정당, 우리나라에 없는 정당모델이다. 안철수 의원은 그것을 말했다."
청년문제로 돌아와 삼성 등 대기업이 대대적으로 취업구조를 개편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미 학벌, 토익, 연수 등 8대 스펙으로 힘겨워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어떤 해결책이 있는지 물었다. 하지만 안희철 새정추 청년 위원은 "새정추 내부적으로 계속 치열한 논의중"이라고만 짧게 답했다.
- 그렇다면 안철수의 새정추 목표는. "제대로 된 정치를 하는 것이다. 막연하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 권리를 대변하고 잘못된 정치를 하지 않는 게 진짜 새정치다. 지금까지의 정치를 생각해 보자. 머릿속에 그려지는 잘못된 정치. 그것에 반대되는 정치가 새정치다."
- 그 안에서 청년들이 구체적이고 차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청년정책으로는 일자리, 교육문제, 반값등록금, 알바 등 많다. 하지만 그런 것 중 하나를 꼽아 밀고 가는 게 맞나 싶다. 중요도라는 것이 있다. 청년위원회가 만들어지는 상태에서 추진위원을 달았다고 해서 '이거를 우리가 밀고 있다'고 드러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청년위원들이 많이 참가한 상태에서 해결할 문제들을 하는 것이 옳다. 이슈화시키기 쉬운 것만 골라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