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옮기기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 인간띠 너머로 웅장한 국립도서관의 모습이 보인다.
서진석
라트비아의 유로화 도입은 지난 1월 1일자로 시작됐으나, 2014년을 축하하는 유럽문화수도는 그보다 약 보름 뒤인 1월 17일에 공식 개막했다. 독일의 전설적인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가 리가에 머물면서 작곡한 것으로 알려진 오페라 <리엔치> 공연을 시작으로 안드리스 베르진슈 라트비아 대통령이 유럽문화수도의 시작을 선언했다.
유럽문화수도의 포문을 본격적으로 연 것은 개막 다음날인 1월 18일 열린 '책을 사랑하는 인간의 띠'다. 이 행사는 발트3국이 소련 치하에서 신음하던 1989년 당시 세 나라 국민 수 백 만 명이 모여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리투아니아 빌뉴스까지 인간띠를 만들어 전세계에 독립의지를 천명한 '발트의 길'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다. 현재 올해 가을 개관을 목표로 리가시 다우가바 강변에 국립도서관 건물을 신축하고 있는데, 리가 시민들이 이전 국립도서관과 새 국립도서관 건물을 잇는 인간띠를 만들어 책을 한 권 한 권 옮기는 행사를 연 것이다.
이번 인간띠 행사는 2014년을 기념하기 위해 길이도 2014m로 조정됐다. 행사 전 인터넷으로 참가 신청을 한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은 비닐로 꼼꼼하게 포장된 책을 옮기며 문화수도개최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18일 행사에는 시민 1만4000명이 모였고 대략 2000권의 책이 공수되었다. 맨 처음 도착한 책은 1825년 상트 페테르스부르그에서 발간된 라트비아어 번역성서로, 구 국립도서관을 떠난 지 정확히 1시간 16분 뒤 신청사에 무사히 안착했다.
행사가 열린 당일 리가시 날씨는 스마트폰이 오작동을 일으킬 정도로 매서웠지만, 시내 전체에 흥겨운 음악이 흘러 축제 분위기가 한층 고조됐다. 또 참가자와 관광객 수 만 명이 리가 시내를 가득 메웠으나 안전사고는 물론이거니와 책 분실사고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라트비아 최대의 통신사인 라텔레콤에서는 이날 행사에 참여하는 시민들과 관광객들에 무료로 따뜻한 차를 나눠주기도 했다.
이날 리가 구시가지 인근에 있는 중앙시장에서도 리가의 역사와 변화를 한눈에 보여주는 ▲설치미술전시 ▲영상물 상영 등의 문화행사가 열렸다. 2014년 내내 리가를 비롯한 라트비아 곳곳에선 세계적인 규모의 행사와 공연, 전시들이 펼쳐질 계획이니, 올해 유럽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은 참고해도 좋을 듯하다.
이전과 다른 화폐를 사용하게 될 라트비아 사람들은 한동안 낯섦과 흥분이 교차하는 시기를 보내게 될 것 같다. 주변 라트비아 지인들에게 유로화 도입에 대해 물으면 물가상승을 걱정하긴 하지만, 크게 불안해하거나 걱정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그동안 염원해왔던 서유럽으로의 진입을 완전히 이뤘다는 것이 더 큰 기쁨을 주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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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늘어선 2014m 인간띠, 그들이 나른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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