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 2011년 9월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입장을 밝힌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함께 포옹을 하고 있다.
유성호
박원순 시장과 안철수 의원 중 과연 누가 양보를 해야 하느냐를 놓고도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2011년 안 의원이 양보했으니 이번에는 박원순 시장이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박 시장은 여권의 모든 후보를 10%포인트 안팎으로 따돌리는 야권의 유일 후보인데 정치적으로 그의 양보를 받아내는 게 옳은 것인가 논란이다.
2011년 10월 보궐선거로 당선된 박원순 시장 입장에서는 이미 상수로 존재하는 적수 새누리당 후보가 누구로 결정되느냐 보다는, 오히려 안철수 의원 측에서 서울시장 후보를 낼지, 낸다면 누가 될지 더 촉각이 곤두서는 게 사실이다. 이유는 안 의원 측에서 후보를 내면 야권 표가 갈라지고, 3파전으로 가면 결과는 새누리당에게 유리한 구도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 정치권 안에서는 이 같은 일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지난 2012년 총대선에서 실패한 야권이 지방선거에서도 내리 패배해 야권 전체가 패망하는 결과가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전직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민주당이 혁신하고 안철수 의원이 세력화하는 것 모두 좋은데 양측이 모든 선거에서 전부 후보 내고 죽기 살기로 붙는다면 결국 새누리당에게 어부지리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것은 야권이 같이 망하는 길"이라며 "아무리 새정치도 중요하지만 안철수 의원이 다 같이 죽는 길을 택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안 의원 쪽도 자신들의 비전을 분명히 세우고 민주당도 환골탈태해서 선거 시기에는 전략적 방침을 갖고 모종의 결론을 내야지 이렇게 다 같이 붙자는 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며 "선거연대 이전에 야권의 판 정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6.4 지방선거가 본격화 되기 전에 야권 전체가 후보조정 등을 포함한 모든 문제에 대해 협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치적으로 야권 전체가 '반새누리 전선'을 치고 야권 전체가 승리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나서야지, 이번 선거결과에 관계없이 새로운 대안정당 마련을 위해 무조건 '고' 한다는 식이라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현실정치에서 야권 표가 갈리면 여권에, 여권 표가 갈리면 야권에 유리하다는 것은 이미 선거결과로 증명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야권분열로는 답이 없다"며 "안철수 의원 쪽이 후보를 낸다는 것은 일종의 창당전략으로 유효한 것이지 최후의 순간에는 공존공생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무엇보다 그는 "현업 정치인들이 정치평론가들도 아니고 민중의 삶을 보수기득권쪽에 완전히 저당 잡힐 수 있는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무조건 각개격파 하자는 식으로는 곤란하다"며 "이미 복지가 다 흔들리는 판에 구체적으로 대안과 전략을 짜서 접근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무책임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안철수 의원 측은 민주당의 이 같은 흐름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안 의원은 <조선일보> 인터뷰를 통해 "우리의 목표는 야권재편이 아니다"라며 "대한민국 정치 전체의 틀을 바꾸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안 의원의 이 같은 설명은 윤여준 새정치추진위원회 의장의 말과 맥을 같이 한다. 윤 의장은 지난 8일 <오마이뉴스> 인터뷰를 통해 '한국정치의 판을 바꾸겠다'고 말했고, 영입대상은 야권에만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여야의 모든 정치인들이 안철수 신당의 세력화 대상이라는 얘기다.
여야 정치인들은 새정치추진위원회의 이 같은 공세를 눈여겨보고 있다. 민주당 안에서는 안 의원이 보여주는 정치행보가 현재까지는 선명하지 않아 지켜보는 단계지만, 세력재편의 방향에 따라 민주당이라는 헌집을 버리고 안철수 신당이라는 새집을 택해 둥지를 옮길 중도파 의원들이 꽤 된다는 얘기도 흘러 다닌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당내에서 의제형성을 위한 조직에 나서려고 해도 의원들이 좀체 반응이 없는 건 안철수 신당 때문"이라며 "일부 의원들은 설령 민주당이 망하더라도 안철수 신당이라는 대안이 있기 때문에 별로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야권 세력재편의 방법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