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후 첫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집권 2년차 국정운영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
박정희 대통령의 독재체제에 항거하면서 뒤늦게 민주화운동의 길에 들어서서 스스로 '늦봄'이라 했던 문익환, 통일과정에서 민과 관이 함께 가야 한다고 주장해온 문익환 목사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판단할까. 그의 판단에 대한 추정은 순전히 시민과 함께 통일운동을 하려고 애쓰는 통일운동가들이 현 상황을 올바로 분석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에 의해 판가름 나게 된 현재의 몫일 것이다.
통일은 단박에 대박 나는 게 아니다. 남과 북의 정치·경제·군사·사회·문화 등 제반 영역이 얽혀서 분단체제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과정'과 '준비'가 필요하다. '퍼주기 프레임'과 '종북 프레임'으로 통일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증대하고 있고, 통일NGO들도 급격히 위축된 상황에서 통일대박론은 통일이 주는 경제적 효과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통일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국민의 공감이 확산될 때 통일은 스트레스 없이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말은 통일에 대한 국민적인 합의를 다시 한 번 다지는 좋은 계기가 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통일이 가져올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는 국민적으로 공유하면서 통일 이후 미래에 대한 '대망'(大望)을 품는 것이 필요하다. 반면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가 빈약하고 통일을 추진할 수 있는 수단도 제시되지 않는 점에 대한 지적을 해야 한다. 통일과정에서 '대투자'(大投資)가 없는 대박은 환상이다.
경계해야 할 것은 통일대박론의 한계를 비판하는 데 집중하면서 진보가 선점해온 통일담론을 빼앗기는 것이다. 보수의 '통일대망론' 대 진보의 '통일회의론'의 구도가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통일대박론 대 통일준비론의 구도를 짜서 통일대박론은 '도박 잘못하면 쪽박찰 수 있는 것'임을 지적하고, 통일준비론으로 '번영과 전쟁방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사냥한다'는 것을 부각시켜야 한다.
통일대박의 후속조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그동안의 북한 퍼주기론이나 종북몰이는 통일대박론을 통일쪽박론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므로 통일대박론이 대박나기 위해서는 퍼주기를 '대투자'로, 종북몰이는 표현의 자유 확대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정책뿐만 아니라 기존에 한국의 수구세력에 대해 인식 전환을 촉구해야 한다.
통일대박론의 후속조치로 이른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관련된 한러 협력이 검토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푸틴에게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대륙철도연결'이 바로 그것이다. 아울러 가스관 등 에너지와 자원개발, 브레야발전소 전력망 한반도 연결, 한러 극동개발 및 연해주 농업개발 등이 뒤따를 것이다. 이러한 후속조치 역시 북한을 발판으로 하지 않을 경우에는 헛물켜는 것이다. 북한과 대화를 위한 수단을 개발하지 않는 신뢰프로세스나 대박론은 한계가 있다. 북한과 대화와 협력을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가 대북정책의 수단이 없는 이유는 과거정부의 정책을 부정하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와 차별성을 가지려는 정치적인 동기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과거를 부정하면서 창조적은 대안을 못만드는 것이 문제다. 이산가족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산가족 상봉을 동해 국제관광단지 조성 꾀해야통일대박을 이야기했지만 정부는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서도 인식도 상봉성사 방법도 투철하지 못해 보인다. 통일부장관이 "이산가족 상봉문제, 금강산 문제가 왜 세트냐"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을 보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에게는 이산가족이 인도적 문제이지만, 북한에게는 체제의 맹점을 드러내는 문제다. 이산가족 문제를 풀어나갈 수단을 마련하라고 했더니 '세트 타령'만 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행정전산망이 구축되지 않아서 한국 전쟁 이전의 이산가족들을 파악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며, 아울러 월남자 가족들은 이산가족 상봉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서 이른바 '자유의 바람'이 들어오는 게 체제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실제 이산가족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북한과 줄 것을 주고받을 것 받는 협상이 필요하다. 이게 본질이다. 기왕에 금강산에 이산가족 상설면회소도 만들어놨으니, 이산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서 이산가족문제를 금강산관광과 연계시키는 것을 주저할 필요가 있겠는가.
이산가족과 금강산관광 두 개만을 연결시키는 것이 신뢰프로세스에 맞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면, '3단계 연쇄적 연계전략'을 시도해볼 수도 있다. 1단계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금강산에서 개최하고, 2단계로 금강산 관광재개와 금강산과 설악산 사이에 박근혜 정부가 주장해온 'DMZ 국제평화공원' 제안하는 것이다. 그리고 3단계로 '평창-설악산–DMZ–금강산-마식령-원산'을 연결하는 '동해권 국제관광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3단계가 되면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과 그 후 시설활용이 가능하다. 사계절과 눈과 푸른바다가 있는 세계적인 자연환경인 설악산과 금강산, DMZ를 통한 남북연계관광, 마식령·원산을 통한 금강산 이북지역으로 관광 확대 등을 꾀한다면 세계적인 관광지가 될 것이다. 한국관광의 큰손인 중국관광객에게는 그야말로 꿈의 관광지가 될 것이다. 이게 바로 대박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수단과 프로세스를 만들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한 이후 북한이 이를 거부했다고 비판하는 데에만 급급하다.
'통일대박론'은 정치담론, '통일미래론'은 정책담론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이 진보진영으로부터 다소 야박하게 평가받는 동시에 <조선일보>의 '통일이 미래다'라는 시리즈의 기조인 '1시장 2지역론'도 진보세력으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통일대박론'이 정책담론이라기 보다는 정치담론의 성격이 강하다면, '1시장 2지역론'은 보수세력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통일방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보수세력이 '1시장 2지역론'을 내세운 것은 한국자본주의가 위기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의 성장률 둔화속도가 빨라지면서 위기의식이 심화됐다. 때문에 이를 탈출하기 위한 신성장동력으로서 '통일'을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이는 진보진영이 몇 년동안 '평화가 밥이다'고 주장하고, 남북관계를 통해서 신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해온 것을 차용했다고 볼 정도로 진보의 담론과 유사하다.
진보진영에서는 기존의 '과정으로 통일론'을 시나브로 통일론, 가랑비 통일론, 어영부영 통일론 등과 같은 조어를 통해서 '철저한 준비와 과정이 필요하고 그 결과로서 통일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을 중심으로 한 통일담론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1시장 2지역론' '통일대박론' 등이 제기된 시점에서 통일 논의의 백화제방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한편으로 6월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의 고전이 예상되는 상황은 2014년 봄 한반도 위기상황 부각으로 지방선거에 활용할 유혹에 빠질 개연성을 제공해준다.
"새누리당은 서울·경기·인천은 물론 부산 등 영남권에서도 출마 의사를 밝힌 광역단체장 후보군이 고전하자 다양한 해법을 모색해왔다. 하지만 경쟁력을 갖춘 인물들은 당의 출마 압박에도 손사래를 치고 있고, 외부영입도 지지부진하다. 정몽준, 남경필, 김세연 의원은 각각 서울시장, 경기지사, 부산시장 출마 요청을 거부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3선 도전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한겨레> 2014년 1월 15일 보도)특히 장성택 처형 이후 김관진 국방장관과 북한의 최룡해 총정치국장은 같은 날인 지난해 12월 17일에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내년 1월 하순에서 3월 초순 사이에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최룡해는 김정은 추모대회 연설에서 "우리들은 '전쟁은 광고를 내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고 언제나 고도의 격동상태를 견지하며 적들이 감히 선불질을 한다면 침략의 본거지들을 모조리 타격하여버리며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기어이 성취하겠다"고 말했다.
통일대박론과 3월 위기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