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하는 일본 원전피해 주민11일 밀양시 삼문동에 위치한 고 유한숙씨 분향소를 찾은 일본 원전사고 피해주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정대희
일본 원전사고 피해자가 한국 송전탑 건설 반대주민을 만났다. 지난 11일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사고 피해주민들이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주민들을 방문한 것. 이날 오전 9시 30분께 일본 원전사고 피해주민들은 밀양시 삼문동 영남루 맞은편에 있는 고 유한숙씨(지난해 12월 사망)의 분향소를 찾았다.
이날 분향소를 방문한 시미무라 모리히코(56)씨는 일본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 사는 주민으로 '이와키 노란담비와 SUN 기업조합'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또 '후쿠시마 지원 사람 문화 네트워크'의 군지 마유미(64)씨는 후쿠시마현 출신이다. 이들은 후쿠시마현 동남부 연안에 위치한 이와키시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이와키시는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역에서 남쪽으로 약 50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다.
두 일본인은 조문을 한 뒤 천막 안에 머물고 있던 송전탑 건설 반대주민들을 만났다. 서툰 한국어로 군지 마유미씨가 처음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천막 안에 둘러앉은 한일간의 대화는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의 강내영 운영위원의 통역을 통해 전달됐다. 이계삼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의 사무국장은 밀양 송전탑 건설과정을 설명했다.
"(밀양 송전탑 건설과 관련해) 2012년 1월 한 주민이 분신했고 지난해 12월 유한숙 할아버지가 음독자살했다. 정부나 한국전력은 고인 죽음에 대해 인정을 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고인의 죽음을 명예롭게 하기 위해서 분향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밀양의 이야기, 전 세계에 알려야" 이계삼 사무국장의 이야기를 들은 마유미씨는 "밀양 사태에 대해 잘 모르고 왔다, 밀양의 이야기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모리히코씨는 "후쿠시마에서는 원전사고로 피해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서 "후쿠시마가 주는 교훈을 전 세계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거들었다. 강내영씨의 통역이 끝나자 한옥순(67)씨가 입을 열었다.
"한국은 원전하겠다고 송전탑 세우려고 경찰 공권력을 앞세워서 강제로 주민에게 폭력을 행하면서까지 하고 있다. 여기 옆 사람 좀 봐라. 경찰 때문에 팔에 깁스를 했다."
짧은 대화 뒤 두 일본인은 송전탑 건설 반대주민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삼문동 '너른마당' 강당으로 장소를 옮겨 '후쿠시마와 밀양의 만남'이란 주제로 주민간담회를 진행했다.
오전 10시 40분, 두 일본인은 밀양시 삼문동 너른마당에 도착했다. 강연장 벽면에는 '밀양과 후쿠시마는 핵 발전으로 고통 받는 한 식구입니다, 손을 맞잡읍시다' '후쿠시마와 밀양의 만남' 등이 내용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오전 11시, 마을 곳곳에서 강연을 듣기 위해 모여든 70여 명의 송전탑 건설 반대주민들이 강연장을 가득 메웠다. 강연이 시작되고, 두 일본인의 육성이 마이크를 통해 전달됐다.
"한국 정부, 후쿠시마 교훈 어떻게 받아들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