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최대 '잠룡' 뒤흔드는 '다리 스캔들'

'힐러리 대항마' 주목받던 크리스티, 대권 위기

등록 2014.01.10 08:51수정 2014.01.10 09:37
0
원고료로 응원
 미국 조지워싱턴 다리 폐쇄에 대한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의 사과 기자회견을 중계하는 ABC뉴스 갈무리.
미국 조지워싱턴 다리 폐쇄에 대한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의 사과 기자회견을 중계하는 ABC뉴스 갈무리. ABC

미국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과 맞붙을 공화당의 최대 '잠룡'으로 꼽히는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정치 인생의 최대 위기를 맞았다.

ABC, CNN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크리스티 주지사의 핵심 참모가 재선을 지지하지 않은 민주당 소속 시장을 골탕먹이기 위해 일부러 다리를 폐쇄해 교통체증을 유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크리스티 주지사 핵심 참모, 교통체증 유발 의혹

미국 언론은 크리스티 주지사 사무실의 부책임자 브리짓 앤 켈리와 크리스티 주지사의 동창이자 항만공사의 데이비드 와일드스타인이 다리 폐쇄를 놓고 나눈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뉴욕시와 뉴저지주 포트 리를 연결하는 조지워싱턴 다리는 지난해 9월 교통량 연구를 이유로 일부 차선이 나흘간이나 폐쇄되어 출퇴근 시민과 학생들이 교통체증에 시달렸다. 이 다리는 평소에도 교통량이 많아 상습 정체구역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언론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켈리는 다리가 폐쇄되기 3주 전 다리를 운영하는 항만공사의 와일드스타인에게 "포트 리에 교통문제를 일으킬 때가 됐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와일드스타인은 "알겠다"고 회신했고, 곧이어 조지워싱턴 다리의 일부 차선이 폐쇄됐다. 당시 긴급구조 기록을 조사한 결과 교통체증으로 인해 환자 4명의 이송이 지연됐고, 이 가운데 91세 여성이 심장마비로 숨진 것이 밝혀졌다.


또한 신원을 알 수 없는 인물이 와일드스타인에게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학생들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다"는 메시지를 보내자, 와일드스타인은 "바버라 부오노(민주당의 뉴저지 주지사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의 아이들이니 괜찮다"는 답장을 보냈다.

이들의 대화 내용이 공개되자 언론은 크리스티 주지사 측이 포트 리의 마크 소콜리치 시장을 곤경에 빠뜨리려고 일부러 다리를 폐쇄했다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민주당 소속의 소콜리치 시장은 지난해 11월 주지사 선거에서 크리스티를 지지하지 않았다.


크리스티 주지자 "나도 속았다"...  연루 의혹 부인

언론을 통해 파문이 급속도로 확산되자 크리스티 주지사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나 역시 참모진 일원에게 속은 것"이라며 "이처럼 부적절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행동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벌어진 것에 격분하고 있으며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해명했다.

이어 크리스티 주지사는 "나는 (다리 폐쇄로) 피해를 입은 모든 사람들에게 사과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뉴저지의 주지사로서 이번 사건에 빨리 대처하지 못한 것도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크리스티 주지사가 자신의 연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지만 이번 사건으로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2012년 허리케인 '샌디'가 뉴저지를 덮치자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초당파적으로 적극 협력해 수해 복구에 나섰다.

이를 계기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크리스티 주지사는 '온건 보수'로 큰 인기를 끌면서 민주당 텃밭으로 불리는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부오노 후보를 압도적으로 제치고 재선에 성공했다.

더구나 최근 CNN이 실시한 2016년 대선 가상대결에서 크리스티 주지사는 민주당의 클린턴 전 장관을 근소한 차이로 앞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정권 탈환을 위한 공화당의 선두 주자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언론에서는 "크리스티 주지사가 다리에 갇히고 말았다"며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고 전했다. 당파를 뛰어넘는 실용주의와 소탈하고 편안한 이미지로 대권까지 노리고 있는 크리스티 주지사가 과연 이번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된다.
#크리스 크리스티 #미국 대선 #조시워싱턴 다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3 미 대선, 20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사태 벌어질 수도 미 대선, 20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사태 벌어질 수도
  4. 4 "민주당 지지할 거면 왜 탈북했어?" 분단 이념의 폭력성 "민주당 지지할 거면 왜 탈북했어?" 분단 이념의 폭력성
  5. 5 "김건희·명태균 의혹에... 지금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 "김건희·명태균 의혹에... 지금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