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제법 의젓합니다.어머니의 말벗이 되고 있는 착한 동생(?)입니다.
김순희
전원생활을 하는 아는 분이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왔는데, 데리고 있을 상황이 안 돼서 새 주인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급히 큰언니가 데리러 가겠다고 했다는 겁니다. 어떤 녀석인지 가서 보고 와서는 사진 한 장을 제게 보내왔습니다. 작고 귀여운 녀석이었는데 첫눈에 '아, 요 녀석이구나!' 싶었습니다. 큰언니와 제가 좋다고 무조건 고향집에 데리고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머니가 키울 수 있을지, 어머니의 허락이 일단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지요.
아직 결정된 게 없는데 언니와 전 녀석의 이름부터 지었습니다. 사진 한 장으로 서로 무슨 이름으로 할지 고민하다 그냥 '순이'라고 했습니다. 막내 이름과 같으면 어머니도 생각이 달라질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때 큰언니는 어머니한테 세 명의 딸, '삼'자에 모두 '순'자를 돌림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삼순'으로 짓자 했습니다. 듣고 보니 그럴듯한 예쁜 이름이었습니다.
이름까지 다 지어놓은 마당에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데리고 가서 어머니한테 소박(?)을 맞을 수도 있어서 일단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와아, 안 춥나?""뭐 하고 있는교? 마이 추울낀데 보일러 틀고 조심해서 댕기소.""안 그래도 추버가 나갈 엄두 안 난다. 마아 집에 있다 아이가. 안 바쁘나?"
이쯤 대화를 주고받으니 어머니의 현재 심리상태까지 파악이 됐습니다.
"엄마, 근데 큰언니가 사진 한 장 보내왔는데, 강아지가 참한 게 있다카네.""뭐어? 어딨는데?""그기 언니 아는 분, 와아 예전에 시골서 전원생활한다는…. 그 집에 강아지를 한 마리 데리고 왔는데 사정이 생겨 못 키우게 되었다카네.""그래가아~.""그래가지고, 언니가 엄마한테 데불고 올라꼬 달랐고 했다카네. 이름은 '삼순'이다. 진짜 귀엽더라. 엄마도 보믄 좋다할끼다.""뭐어? 삼순이, 이름이 뭐 그런노?""언니하고 내가 지은 이름이다. 딸 셋에 '삼'자하고 순자 돌림이라 '순'하고 해서 '삼순'이다. 이름 괜찮제?""히히, 웃기네. 근데 언제 오노?""아마 주말쯤에 갈끼다. 그때 데불꼬 온단다. 작은언니네하고 우리도 그날 갈까 싶다. 엄마 이번에 삼순이 가믄 잘해주자. 알겄제?"'여기가 어디지?' 하는 삼순이... 어머니께 벗이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