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린 호박과 고사리고사리는 봄에 말려서 요즘 먹기 시작했다. 호박은 초가을에 말려서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걸어두었다.
김윤희
6월 말에는 죽순을 찾아 나섰다. 죽순은 대나무의 새싹이다. 죽순을 꺾지 않으면 우리가 자주 보는 곧은 대나무가 되는 것이다. 채취할 때를 놓치면 부드러운 죽순을 먹을 수 없고, 다시 늦봄이 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봄에 채취한 죽순은 먹을 수 있는 부분까지 잘라 뜨거운 물에 데쳐서 먹기 좋게 자른다. 이것을 오징어와 무쳐 먹어도 되고 죽순 그대로의 맛을 느끼려면 소금으로만 간을 해 나물을 해먹어도 좋다. 이 맛을 겨울에도 느끼고 싶다면 냉동실에 보관하면 된다. 그래서 겨울의 끝자락인 3월 초, 김장 김치가 떨어져 가고 반찬거리가 없을 때, 죽순으로 나물을 해먹거나 국에 넣어서 먹으면 된다. 지난 겨울 이곳으로 답사를 왔을 때 주인장에게 죽순으로 만든 요리를 대접 받아 그 맛을 기억하고 있었다.
제철에 나는 나물들을 데쳐 말리거나 냉동실에 넣어두고 싶으나 주인장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봄에는 지천에 깔린 것이 봄나물들이라 죽순까지 시기에 맞추어 먹을 수 없어 냉동 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먹는 것도 때가 있제. 제철에 날 때 실컷 먹어두소."고구마밥에 말린 고구마 간식11월이면 배추와 무가 먹기 좋게 자랐다. 김장철에 맞춰 그것들을 수확하지만 올해는 배추도 무도 제가 자란 땅을 벗어나지 못하고, 썩어가는 것을 많이 봤다. 배추와 무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주인장이 배추와 무를 심지 않았다면 그것들을 가져가 요긴하게 사용했을 테지만 마당 한 쪽에 배추와 무가 씩씩하게 자라고 있어 그럴 수 없었다.
11월 중순이 지나자 서리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고구마를 캤다. 양이 별로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두 자루나 나왔다. 고구마 스무 개 정도를 썰어서 말렸다. 겨울에 고구마밥을 해 먹기 위해서다. 나머지는 잘 보관했다가 겨울 내내 간식으로 구워 먹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