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4년 1월 7일자 1면. 박근혜 대통령의 이산가족상봉 제의 톱뉴스 아래에 "주한미군, 경기북부 기계화부대 배치 추진" 기사를 실었다.
최경환
7일 아침 신문을 보면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보다 눈에 먼저 띄는 것은 <조선일보>의 보도다. <조선일보>는 7일자 1면 '주한미군, 경기북부에 기계화 대대 추가 배치 추진' 기사에서 "북한의 국지도발 및 급변사태에 본격 대비하기 위해 실전태세를 한층 강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며, "현재 미국은 시퀘스터(예산 자동삭감조치) 등으로 국방예산이 대폭 삭감돼 미군병력과 장비가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이 '통일 대박'을 말하고 이산가족상봉을 제기하는 시점에 주한미군이 경기북부에 부대를 추가 배치한다는 것은 당황스러운 메시지다.
박근혜의 '통일대박론'을 들으며 많은 사람들이 두 가지 생각을 한다. 남북관계가 진전될 것 같지도 않고, 진전 시킬 의사도 없으면서 신년에 의례적으로 하는 대통령의 레토릭(수사)일 것이라는 것이 그 첫 번째 생각이다. 심지어 오히려 다음 수순으로 예비된 대북 적대정책, 종북몰이 선동의 명분쌓기일 것이라는 불신마저 있다.
둘째는 박근혜 정부의 흡수통일론의 본심이 드러났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다. '대박'이라는 표현은 예상치 못한 일확천금을 얻는 것을 말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장성택의 처형 등 북한의 상황을 보면서 '흡수 통일의 기회가 왔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갑작스런 통일, 급변사태에 의한 대박은 결코 우리에게 대박일 수 없다, 오히려 재앙에 가까운 쪽박일 수 있다. 더욱이 미중일러 주변국의 역관계를 볼 때 그 대박이 우리에게 떨어진다는 보장은 더더욱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저작권 침해통일대박론은 유라시아 철도, DMZ세계평화공원만큼이나 공허하다. 당연한 전제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유라시아 철도든 DMZ세계평화공원이든 그 전제는 남북관계의 상당한 발전, 즉 남북의 신뢰와 협력이 쌓이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남북의 철도가 가로막혀 있는 상태에서 '유라시아 철도'가 가당키나 한 일인가. 유라시아 철도는 하늘을 나르는 '은하철도'가 아니다. 남북의 휴전선과 철조망을 뚫고 다녀야 하는 것이다. DMZ세계평화공원도 마찬가지다.
다시 말하면 이 두 가지 프로젝트는 남북간 정치적, 군사적 신뢰 조치가 쌓일 때 가능한 일이다. 남북정상회담도 하고, 교류협력을 활성화시키고, DMZ를 가로지르는 동서 철도와 도로도 정상화시킬 때 가능한 일이다.
여기에서 밝혀둘 것이 있다. 유라시아 철도, DMZ세계평화공원은 모두 그 저작권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있다. 유라시아 철도는 김대중의 '철의 실크로드' 복제판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의 철도를 연결하면 부산과 목포를 출발한 열차가 서울과 평양을 거쳐 중국, 몽고, 러시아,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의 파리, 런던까지 가는 철의 실크로드 시대를 구상하고 실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