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 풍경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세개의 각 피라미드 간의 거리는 생각보다 멀다.
김산슬
저 멀리 나흘라와 이보가 보였다. 티켓을 사면서 도착했다고 연락을 했더니 들어오는 입구에서 부러 서서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쪼르르 달려가 그들에게 안겼다. 시계를 보니 낮 1시. 조금 서둘러 움직여야 모든 걸 둘러볼 수 있을 듯하다. 오늘 우리는 피라미드 내부를 둘러보기로 했다.
하루에 150명만 입장할 수 있어 오전 8시까지 도착하지 않으면 표를 살 수조차 없는 이집트 내부 입장권을 먼저 도착한 나흘라와 이보가 용케도 구해놨다. 갇힌 곳과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내게 피라미드 내부는 그리 유쾌한 장소가 아니지만 친구들과 함께이니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에게 이브라힘을 만난 이야기를 했더니 둘도 흥미롭다는 눈치다. 우리 모두 저녁식사에 초대받았다고 했더니 이보가 능글맞은 표정으로 싱글거리며 얘길 한다.
"Well, I think he didn't invite 'us', but you."(글쎄, 내가 보기엔 '우리'가 아니라 소피 너만 초대한 것 같은데 말이야.)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나를 위해 나흘라가 먼저 들어갔다 오기로 했다. 이보가 들어갔다 오기엔 남겨진 두 명의 동양 소녀를 노리는 상인들의 시선이 꽤나 노골적이었기 때문이었다. 10여 분이 흘렀을까, 그녀가 생긋 웃으며 나오더니 엄지를 추켜올린다. 모든 촬영기기의 반입을 엄격하게 금지하기 때문에 이보와 나도 모든 소지품을 나흘라에게 맡기고 피라미드 내부로 들어섰다. 피라미드 내부를 다녀온 사람들 중 대부분의 사람들이 같은 이야기를 했다.
"어휴, 누가 안에서 노상방뇨라도 했는지, 지린내가 장난이 아냐.""사기꾼들. 아무것도 없는 그 방을 하나 보는데 50파운드나 내게 하다니."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람들이 말한 건 진실이었다. 하지만 그 두 마디가 피라미드의 전부라면 그것은 거짓이었다. 입구는 좁았다. 그리고 시작부터 가파른 계단이 이어졌다. 사람들이 말했던 희미한 지린내가 후각을 파고들었다. 조금 더 넓어진 공간 아래 끝없이 이어진 계단으로 들어섰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한 치의 틈도 없이 정교하게 맞물린 돌덩이들이 수미터쯤 떨어진 천장에서 매끄럽게 이어지고 있었다.
짜맞춘 듯한 돌들의 매끈함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그리고 웅장했다. 이런 통로가 수십 개 혹은 수백 개일지도 모르는 피라미드의 내부를 상상하니 경이로움에 몸이 떨렸다. 내가 걷고 있는 철골 계단 옆으로 팔을 뻗을 수 있는 정도의 통로 폭과 꽤 높은 천장으로 인해 실내는 예상보다 크게 느껴졌다.
그 어떤 현대 기술로도 모방할 수 없는 이 수수께끼 같은 무덤은 어떻게 만든 것일까. 갑자기 끙 하는 신음이 절로 새어 나왔다. 이 높고 가파른 곳을 올라갔다가 내려올 생각에 다리가 후들거렸다. 무서워하는 날 위해 뒤에서 따라와주던 이보는 자기가 있으니 걱정 말라며 나를 안심시킨다.
방의 입구가 가까워 보일 무렵, 계단 옆 경사로에 몸을 기댄 채 헬멧에 달린 조명등으로 무언가를 관찰하는 이들이 보였다. 또 궁금한 건 절대 못 참는 이보와 내가 아랍어 영어 손짓 눈빛 모두 섞어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카이로 대학교 고고학과 학생들이란다. 그들의 눈과 말에서 고대 이집트 왕국의 후손으로서 자신들의 국보를 연구하고 또 지켜내고 있는데서 오는 자긍심이 생생하게 전해져왔다.
드디어 방에 도달했다. 방은 생각보다 좁았지만 동시에 예상 외로 넓었다. 단단한 돌로 둘러싸인 방 한구석에는 똑같이 돌로 만들어진 석관이 놓여 있었다. 그것이 방안의 전부였다. 방과 그 안에 덩그러니 놓인 석관. 고요하게 그곳을 둘러봤다. 피라미드는 아주 과학적으로 지어진 건축물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공기가 통하게 만들어진 환기 구멍과 피타고라스 비율, 별자리 방향과의 일치, 동서남북의 균형 등등 피라미드를 둘러싼 경이로운 비밀들은 흘러넘쳤다.
하지만 나는 그 방에 들어서서 그곳의 고요만을 만끽했다. 아주 비밀스럽고 잔잔한 침묵. 오분 가량 그곳에서 머물다 다시 왔던 길을 돌아내려갔다. 이보를 앞세우고 머리카락들이 동글동글 말려있는 그의 뒤통수만 바라보면서.
출구로 나오니 먼지 가득한 카이로의 공기가 그리도 신선하게 느껴질 수가 없다. 검표원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나흘라가 우리를 보며 웃었다. 이보가 웃으며 카메라를 받아들면서 말했다.
"뭐 어쨌든 피라미드의 일부를 볼 수 있었고, 일생에 한 번 보는 거라면 오십 파운드는 전혀 아깝지 않은걸? 너희는 어때?"나와 나흘라는 내 키만한 피라미드 바위에 걸터앉은 채 폴짝 내려오며 대답했다.
"내 생각도 그래. 우리 얼른 움직이자. 이보 나 배고파!"한국어로 '배고파'라는 말 뜻을 아는 이보가 한국어로 "나도"라고 대답하자 나흘라가 귀엽게 웃으며 대답했다.
"I think we are really three idiots! Because I also start to be hungry…. hehe."(우리 정말 세얼간이 맞나봐. 나도 사실 배가 슬슬 고프기 시작했거든…. 헤헤.)
기자(GIza) 역에서 내려 피라미드로 버스타고 가는 법 |
기자 역에서 나와 편도 3차선으로 이루어진 큰 도로를 건너야 한다(기억에 따르면 옆으로 고가도로가 있었던 것 같다). 기자 지하철역은 지상에 있기 때문에 지하도가 없고 도로의 한 방향에만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버스를 타기 위해 제대로 길을 건넜다면 길 건너 정면에 기자 지하철역이 보여야 한다. 버스의 번호는 913과 917번이고 버스비는 1파운드이다(1년 전 정보이기 때문에 가격 인상의 여지가 있음을 미리 밝혀놓는다). 버스기사 아저씨와 사람 좋아 보이는 승객에게 피라미드, 혹은 '알 아흐람'이라고 말하면 내릴 곳을 알려줄 것이다. 우선은 승차 전에 꼭 행선지와 방향을 확인하고 탑승하는 것을 추천한다. 대략적인 이동 소요 시간은 15분 내외이다.
* 더 필요한 정보나 도움이 있다면 이브라힘이 언제든 도와주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그는 현재 기자 지역에 살고 있으며 카우치 서핑으로 세계 각지의 여행자들과 소통하며 지내고 있다. 카우치 서핑(Couch surfing)은 따로 숙박료를 받지 않고 각국의 여행자들이 자신의 빈방이나 소파(Couch)에 손님을 받는 숙박 문화로, 단순한 숙박 제공이 아닌 문화 교류와 여행의 새로운 만남의 장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도움이 필요한 분이 있다면 제게 오마이뉴스 쪽지나 블로그로 알려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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