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길길이 꽁꽁 얼었습니다. 눈썰매장이 따로 없습니다. 아이들이 빙판길을 망아지처럼 달립니다.
황주찬
낡은 차는 청마로, 아이들은 망아지로 변했습니다
지난 4일 새벽, 곤히 잠든 세 아들을 깨웁니다. 충북 보은과 괴산군 그리고 경북 상주군을 가르는 속리산으로 떠나야 합니다. 아이들이 의외로 쉽게 일어납니다. 출발이 좋습니다. 따뜻한 아파트를 벗어나 차에 오르기 전, 하늘을 봅니다. 새벽별이 총총합니다. 날씨도 포근합니다. 자동차 시동을 걸었습니다. 갑자기 낡은 자동차가 콧바람을 뿜어내며 푸른 말로 변합니다.
이제 금속말을 몰고 속리산을 향해 힘차게 달리면 됩니다. 속리산으로 향하는 길, 낡은 차는 청마로 변해 좋았지만 아이들은 인간이길 바랬습니다. 하지만 그 기대, 부질없는 꿈이었습니다. 세 아들은 청마 뱃속에서 고삐 풀린 망아지들처럼 날뛰더군요. 그렇게 심하게 흔들리는 차를 몰아 목적지에 닿았습니다. 속리산 들머리, 멋진 소나무 한 그루가 세 아들을 맞습니다.
정이품 벼슬을 지낸 소나무입니다. 가까이 다가가 나무를 바라보니 한쪽이 허전합니다. 그 모양이 안타까워 안내문을 살폈습니다. 안내문에는 강풍과 폭설로 나뭇가지 한쪽이 많이 부러졌다고 적혀 있습니다. 자연이 아름답게 키워낸 나무, 야속하게도 그 자연이 아름다움을 반쯤 빼앗아 갔습니다. 안타깝지만 자연이 만들어낸 일, 부족한 인간이 탓할 필요 없습니다.
자연의 이치를 조금 들여다 본 후, 속리산으로 잰걸음을 놓습니다. 산으로 오르는 길옆에 법주사가 보입니다. 볼거리 많은 법주사, 하산 길에 들르기로 했습니다. 곧바로 세심정을 향해 걸어갑니다. 길 위에 눈이 수북합니다. 지난해 내린 눈이 녹지 않았군요. 시원스레 뻗은 가로수 아래는 빙판길입니다. 세 아들은 쌓인 눈이 마냥 신기합니다. 여수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