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신의 집 현관에서 '소엽씨'를 맞는 임보와 임보의 아버지 임성배 부자
이안수
19세기 말,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렌(Thorstein Bunde Veblen)은, '인간사회 제도의 진화론적 변화양상을 사회·경제학적인 입장에서 검토한 연구글' 14편을 모은 '한가한 무리들(소스타인 베블렌 저/이완재 역 | 동인)'이란 책에서 '패션을 계급 차별화의 도구'로 인식합니다. 즉 인간은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고 타인과 차별시키기 위해 복식을 만들었다는 것이지요.
에티켓(Etiquette)이 생겨나게 된 것도 재산과 시간을 가진 계급이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복잡하고 까다로운 예절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프랑스어인 에티켓은 '예의범절을 익힌 사람이 왕실에 출입할 수 있는 티켓'과 같은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있는 자들은 왕궁에 출입할 수 있는 자와 없는 자로 구별 짓고 싶어서 에티켓을 창안했을 가능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베블렌의 또 다른 책 '유한계급론(소스타인 베블렌 저·원제 : The Theory of the Leisure Class (1899))'에서 '대중사회에서는 누가 더 잘 사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을 알리려고 과시적 소비를 한다'고 주장합니다. 소비자가 물건을 구입할 때 실제 지불하는 시장가격뿐 아니라 '남들이 얼마를 줬을 것이라 기대하는 가격'까지 감안한다는 것이지요. 후자를 '과시가격(conspicious price)'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과시가격이 올라가면 수요가 증대되데 이를 '베블렌 효과[veblen effect)'라고 합니다. 비쌀 수록 잘 팔리는 현상의 이유를 베를렌 효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이 과시적 소비는 곧 추종자들에 의해 확산되기 마련이지요. 서부 개척시대에 금광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역마차를 따라서 우르르 몰려다니는 현상과 닮은 이 현상을 미국의 경제학자 하비 라이벤스타인(Harvey Leibenstein)은 '밴드웨건효과(Bandwagon Effect 모방효과)'라고 했습니다. 반면 밴드웨건효과가 확산되어 자신을 차별화할 수 없다고 여기면 부유층은 더 이상 그 사치품의 소비를 하지 않게 됩니다. 이처럼 특정 제품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게 되면 그 제품의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을 '스놉효과(snob effect)'라고 했습니다.
베를렌이나 라이벤스타인은 차별화를 통한 인간의 과시 본능을 꿰뚫어본 것이지요.
임보는 지유가 태어나지 않았을 때, 할머니의 애정 표현인 '강아지'란 호칭에 대해 퍽이나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지유가 태어나고 동생도 함께 강아지로 애칭 되는 것에 대해 자신을 차별화시키고 싶었던 것입니다.
'강아지'가 아닌 성견인 '개'가 되고 싶었던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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