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국립서울현충원 현충문에 들어서면 우뚝 서 있는 현충탑. 정치인들의 대표적인 참배코스다.
김경준
올해 1월 1일에도 역시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수많은 정치인들이 현충원에 다녀갔다. 그런데 수많은 참배객들 중에서도 지금까지 논란이 되는 참배객이 있다. 바로 안철수 의원이다. 안 의원은 지난 1일 새정치추진위원회의 김효석, 박호군, 이계안, 윤장현 공동위원장 및 송호창 의원과 함께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헌화·분향한 뒤, 김대중-이승만-박정희 前 대통령 순으로 전직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였다.
여기서 논란이 된 것은 안 의원이 박정희 前 대통령의 묘역에 참배했다는 점이다. 새로운 정치를 이끌어 나가겠다며 새정치추진위원회까지 조직해가며 국민들의 희망을 자처하던 안 의원이, 군사쿠데타로 대한민국의 헌정을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억압하여 한국 정치를 후퇴시킨 전직 대통령의 묘역에 참배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면서 네티즌들 간의 갑론을박이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안 의원 측은 "이러한 논란에 대해 예상을 못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였다.", "전직 대통령의 공과를 구분하고 이를 극복하자는 뜻이었다.", "세 대통령과 끊임없이 대화를 통해 잘한 것뿐 아니라 잘못한 역사적 사실을 재해석하려는 충정이었다"는 등의 말로 이에 대해 해명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듯 "아무리 생각해도 잘한 일이었다"고 자찬하였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보다 중요한 것안 의원 측이 참배의 정당한 근거로 내세운 것 중에, 특히 주목하고 싶은 것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다. 안 의원 측은 이러한 논란에 대해 예상을 못했던 것은 아니라고 밝혔는데, 이러한 논란을 사전에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감행할 정도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와 존경을 중시했다는 안 의원에게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다.
군사쿠데타로 이 나라의 헌정을 유린하면서까지 집권했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이 나라의 독립과 건국을 위해 헌신한 애국지사들에 대한 예우보다 중요했는가 말이다. 그토록 국가지도자들에 대한 예우와 존경을 중시한 안 의원이었다면 현충원에만 참배할 것이 아니라 현충원에 앞서 반드시 이날 애국선열들이 안장된 효창원을 찾아 참배를 했어야 마땅하다.
민족의 성지, 효창원··· 그러나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효창원(효창공원)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 백범 김구 선생의 묘소를 비롯한 이동녕, 조성환, 차리석 세 분의 임시정부 요인 묘역과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그리고 안중근 의사의 유골 없는 빈 무덤이 조성된 애국선열 묘역으로 '민족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비록 국립묘지로 지정되지는 못했지만 국립묘지에 안장된 전직 대통령보다도 선배 격인 임시정부의 지도자들이 안장된 묘역인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안 의원을 비롯한 이 나라의 정치인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국립현충원에 참배하느라 정신 없을 때, 효창원에서는 새해를 맞아 김구 선생을 비롯한 애국지사 묘역에 참배하는 시민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때마침 올해 1월 1일은 김구 선생의 부인인 최준례 여사의 서거 90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이에 일부 뜻 있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추모제례를 봉행하고, 김구 선생 묘소부터 시작하여 삼의사 묘역, 임정요인 묘역을 차례로 참배하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