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정상이 다가오자 여러 갈림길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의 무리가 하나의 긴 줄이 되었다.
김종신
어둠이 걷히지 않은 길을 나 혼자 걸었다. 차도 드문드문 이다. 산 입구에 다다르자 사람들이 윤곽을 드러낸다. 가로등 불빛이 아니면 분간하기 어렵다. 내 앞에서 할머니 손을 꼭 잡은 꼬마 아이는 올해 초등학교에 올라가는 모양이다. 할머니께 초등학교에 가면 친구가 많은지, 소풍은 언제 가는지, 학용품은 언제 사야하는지를 쉬지 않고 묻는 통에 뒤에 따라가는 나는 본의 아니게 대화를 엿들었다. 할머니와 꼬마를 앞질러 가자 어둠 속에서 4명의 가족이 각각 아빠와 딸이, 아들과 엄마가 손을 맞잡고 올라간다. 산 정상이 다가오자 여러 갈림길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의 무리가 하나의 긴 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