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향과 사랑의교회서초동 천년향과 사랑의교회. 왼쪽에 보이는 사랑의교회는 2013년 11월 준공되었다.
전상봉
2013년 성탄절은 특이했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눈과 귀가 교회가 아닌 절집에 쏠렸기 때문입니다. 철도노조 박태만 수석부위원장을 비롯한 4명의 지도부는 12월 25일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 몸을 의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계사 극락전에 있던 박태만 수석부위원장이 기자들 앞에 모습을 보인 때는 12월 25일 오후 6시 40분께입니다. 이 자리에서 박 수석부위원장은 "조계사에 허락 없이 들어오게 돼서 진심으로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리고 "경찰이 민주노총까지 침탈하는 상황에서 저희가 갈 수 있는 곳이라고는 오직 조계사밖에 없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자랑스러운 불통'을 내세운 박근혜 정부는 대화는 뒷전으로 미뤄둔 채 노동자들을 벼랑으로 내몰았습니다. 그 결과 '사상 최장시간 철도파업' '노동운동의 성지인 민주노총 침탈'이라는 파국적인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그것도 '하늘엔 영광, 땅엔 평화'가 깃들어야 할 성탄절을 앞둔 시점에….
신도들의 성탄절 예배를 가로막은 교회신도들의 성탄절 예배를 가로 막은 교회가 있었습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사랑의교회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성탄절 아침 2000여 명의 신도들이 예배를 보려고 옛 예배당에 모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교회의 문이 용접되어 있어 교인들은 들어갈 수 없었다는군요. 할 수 없이 교인들은 용접된 문을 뜯고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교회 측에서 동원한 10여명의 사람들이 가로막았다고 합니다.
물론 사랑의교회 쪽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옛 예배당은 지역 비영리단체나 다문화 교인들을 위한 사역 섬김 센터를 만들기 위해 공사중인 곳으로, 안전상의 문제가 있어 리모델링 업체 쪽 직원들이 문을 용접한 것으로 안다. 예배당 진입을 막은 것은 용역이 아니라 공사업체 직원들이다. 우리 교인들은 6~7명 정도밖에 그곳에 가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이런 충돌 속에서 성탄절 예배는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늦어진 오전 11시30분에야 시작되었다는군요.
사랑의교회는 등록 교인 9만 명을 헤아리는 큰 교회입니다. 주일에 출석하는 교인이 2만~3만 명에 이를 정도랍니다. 1985년 1월 이곳에 자리를 잡은 사랑의교회는 2000석의 본당에 교인을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르게 신도수가 늘었다고 합니다. 해서 인근 강남역 부근의 상가를 빌려 예배를 봐야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교인이 늘자 사랑의교회는 교회를 짓기로 하고 땅을 사들였습니다. 분란의 씨앗은 이때 뿌려집니다. 2009년 6월 사랑의교회는 서초구 서초동 1541번지(총 23개 필지, 약 7000㎡)와 인근 1501-9번지(1개 필지 451㎡)의 땅을 대림산업으로부터 1139억 원에 매입했습니다.
문제는 대림산업이 이 땅을 2009년 2월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약 610억 원에 사들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습니다. 불과 넉 달 만에 대림산업은 두 배 가까운 값으로 땅을 되판 것입니다. 터무니없는 값으로 땅을 사들이자 교인들은 오정현 담임목사를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가격 차이가 너무 크니 의심을 안 하는 게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의심과 의혹은 결국 오정현 담임목사가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는 상황으로 치닫습니다(지난 2014년 12월 검찰은 오정현 목사의 배임횡령 혐의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