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한 단맛이 입맛을 당기는 군고구마
조종안
"군고구마~ 사려! 야~ 끼~~모~~~"
그 옛날 깊어가는 겨울밤, 거리의 군고구마 장수들이 외치고 다니던 소리다. 저녁을 배부르게 먹고 꺼지기 시작할 즈음이면 어김없이 골목의 고요를 타고 안방까지 들려왔다. 달콤하고 따끈따끈한 군고구마가 눈앞에 그려지면서 침을 꼴깍 넘어가게 했던 그 소리. 어쩌다 신작로가 조용한 날은 이제나저제나 기다려지기도 했다.
경력이 쌓인 군고구마 장수는 목소리도 유창했다. '군고구마~'는 고음으로 느리게 빼다가 마님이 머슴에게 명령하듯 '사려!'를 외치고 잠시 숨을 고른 뒤 '야'는 짧게, '끼'는 약간 길게, '모'는 고무줄 늘이듯 길게 뺐다. 문틈으로 들어오는 황소 바람도 따뜻하게 녹여주었던 그 소리는 판소리 한 대목처럼 흥겹고 정겹게 느껴졌다. 귀에서 멀어지면 서운할 정도로.
일제강점기에 조성된 거리의 상가(商街)도, 이웃사촌 이름도, 생활 용어도, 어린이 교육 방식도 모두가 일본식이었던 1950~1960년대, 철부지였던 나는 '야끼모'를 '군고구마'의 멋진 다른 이름으로만 알았다. 군침만 삼키다가 열 살이 넘어서야 겨우 맛보았던 당고(짬짬이)와 모찌(찹쌀떡)도 마찬가지.
"육지보다 섬 고구마가 더 달고 맛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