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앞에서 1인시위 중인 변창기 시민기자
변창기
2013년, 새로운 희망을 마음에 품으며 시작했는데 어느덧 다 가버리고 2014년 새해가 밝았네요. 다시 한 살 더 먹고 새해가 밝으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저는 울산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다 지난 2010년 해고당한 뒤 지금은 학교 일용직 노동자로 살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제 형편을 안쓰럽게 여겨 도움을 주기도 하셨습니다. 그분들의 도움이 너무도 고맙습니다. 내 이웃에서가 아니라 인터넷이라는 온라인 공간을 통해서 그런 인연이 생겼으니 참 희한한 일입니다. 저도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바다를 모두 알지는 못하지만 일부 사이트들은 자주 접속하여 애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주로 이용하는 곳은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와 <오마이뉴스>입니다.
다음 카페는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만남도 이뤄져서, 취미나 취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만날 수 있습니다. 오래 전 우연히 인연이 된 <오마이뉴스>에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사는이야기'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기사 점수도 올려주고, 힘내라고 '독자 원고료'를 주기도 했습니다. 참 많은 분들이 떠오르지만 그중에도 특별한 두 분이 생각납니다.
한 분은 제가 애용하는 '시드니 사랑방'이라는 다음 카페 회원이셨습니다. 그 카페는 부천에서 빈민활동을 하시다 호주로 이민 가신 지성수 목사님이 운영하는 것입니다. <오마이뉴스>에 글을 올리면서 그 목사님과 연락이 닿았고, 목사님이 그 인터넷 카페를 알려줘서 저도 회원이 됐습니다. 카페에다가도 제가 쓴 사는이야기 글을 올렸는데, 재작년 어느 날 그분이 보시고 저에게 쪽지를 보내오셨습니다.
부천에서 식당을 하는 분이셨습니다. 저와는 아무런 연고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제 계좌로 매월 50만 원씩 생계비를 지원해주셨습니다. 딸이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교복 값과 입학금, 책값을 마련해야 해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그 분이 생계비를 지원해주셨고, 황송하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시간 나면 따님과 한 번 놀러오세요." 그분은 어느 날 제게 그런 제안을 했습니다. 지난해 여름방학 때 시간을 내어 부천에 다녀왔습니다. 그분의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인사도 드릴 겸 딸과 함께 그분을 찾은 것입니다. 그분은 우릴 반갑게 맞았습니다. 도수가 꽤 있는 안경을 쓰고 계셨고 생활한복을 입고 계신 게 인상 깊었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한효석 선생님.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시다 명예퇴직을 하시고 식당을 시작한 지 꽤 됐다고 하셨습니다. 국어교사를 해오셨고 논술에 대한 책도 여러 권 낼 정도로 그 방면에 박식한 분이셨습니다. 제 딸에게 공부하는 법 좀 알려달라고 하니까 자신이 쓴 논술 책을 딸에게 선물하며, 두 시간 정도 강의도 해주셨습니다.
한 선생님께선 그 다음 날 우리를 데리고 이곳 저곳을 다니기도 했습니다. 휴전선이 보이는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 가서 역사도 설명해주고, 다시 부천으로 가선 낮은 산도 같이 탔습니다. 그러면서 부천의 역사를 소개해주기도 하셨습니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저와 딸은 지금도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한 선생님은 1년간 후원금을 보내주셨습니다. 요즘은 운영하는 식당이 많이 어려운 것 같은데도 협동조합으로 <콩나물신문>이란 지역신문을 만들어 보급도 하고 여러 가지 시민활동을 열심히 하고 계십니다.
제 '사는이야기'를 읽고 큰 후원금을 보내주신 분들,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