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의 우화루 아래를 지나야만 영산암에 들어설 수 있다.
김종길
꽃비 내리는 암자, 영산암영산암. 봉정사보다 이 암자의 운치가 더 그윽하여 매번 들르게 된다. 영산암은 지조암과 함께 봉정사의 산내암자이다. 이 암자가 유독 시선을 끄는 것은 마당 때문이다.
돌층계를 오르면 넓은 공터가 나오고 왼쪽으로 중층의 우화루가 있다. 초서로 '우화루'라 썼는데, '꽃비 내리는 누각' 쯤으로 풀이해 보니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전북 완주의 화암사에도 같은 이름의 누각이 있다. 가운데 3칸은 누마루로 뚫려 있으며 좌우에는 2칸 내지 2칸 반의 방을 두었다.
우화루 현판은 원래 봉정사 극락전 앞에 있던 것을 옮겨왔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대웅전 앞에는 문루 역할을 했던 만세루가 있던 것에 비해 또 하나의 영역인 극락전 앞이 텅 비어 있어 왠지 모를 허전함이 느껴지곤 했다. 산중 암자에 있기에는 누각이 다소 덩치가 크지 않나 하는 의구심의 단초를 이제야 찾은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