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는 왜 빈센트라고 서명했을까? 페이지 일부분.
시공아트
달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 때문인지 <학교에서 배웠지만 잘 몰랐던 미술>에서 만나는 명화달력 이야기는 흥미롭다.
이 책 역시 여러 미술 작품들 속에 얽힌 이야기와 미술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힌트들을 들려준다. 인쇄술이 개발되기 전에는 책값이 터무니없이 비쌌다고 한다. 그 당시 책은 부와 명예, 권세를 상징하는 그리하여 아무나 소유할 수 없는 존재였다. <베리공작의 호화로운 기도서> 역시 마찬가지. 오늘날 <모나리자> 못지않은 걸작으로 평가되는 프랑스의 보물인 이 기도서나 기도서를 바탕으로 제작된 명화 달력도 아무나 소유할 수 없는 매우 비싼 물건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베리공작의 호화로운 기도서>는 언제, 어떻게 명화달력이 되었을까.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이나 고흐, 르느와르 등의 작품만을 따로 모은 명화들을 제작 판매하는 업체들이 있을 정도로 명화달력은 꾸준하고 지속적인 사랑을 받는다고 한다. 그런데 어떤 작품이 최초의 명화달력이 되었는지, 명화 달력의 시작은 어땠는지는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베리공작의 호화로운 기도서> 언제, 어떻게 명화달력이 되었을까이 책 '최초의 명화 달력은 기도서였다'에서 명화에 얽힌 이야기와 그림을 이해할 수 있는 힌트, 기도서 제작과 달력 제작에 대한 이야기, 또 다른 명화달력 이야기 등을 풍성하게 읽을 수 있다. 명화달력 마니아라면, 그림을 좋아한다면 그리고 세상에 널려있는 수많은 지식들과 교양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이 도움 될 것이다.
가끔은 이 작품이 왜 명작인지, 혹시 작가가 유명하기 때문에 덩달아 유명하거나 비싼 작품이 된 건 아닌지 의아할 때도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확실하게 느껴지는 것은 제대로 그림을 볼 줄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의 이야기와 함께 만나는 명작들이 요즘 달리 보이고 있다.
2005년 위작 파문을 일으켰던 이중섭, 박수근 두 화가의 미공개 작품 2800여점이 모두 가짜로 판명되었다는 기사는 미술계를 큰 충격에 빠뜨렸어요. 흥미롭게도 가짜 그림으로 판명된 결정적인 증거 중의 하나는 서명이었지요. 가짜 그림의 서명만 따로 촬영해 컴퓨터로 하나씩 비교한 결과, 천여 개의 가짜 그림에 적힌 서명이 국화빵처럼 똑같았다는 것입니다. 진짜 그림 밑에 먹지를 대고 서명을 베껴 가짜 그림에 사용한 것이지요. 이런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그림의 이름표인 서명은 진품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보증서와 같은 역할을 해요. 또한 작품의 권위를 보장하거나 그림의 배경과 특징, 예술가의 개성까지도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가 되기도 합니다. (줄임)<부채를 든 자화상>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인 고희동(1886~1963)이 무더운 여름날에 윗옷의 단추를 풀어헤치고 부채질로 더위를 식히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 작품입니다. 이 자화상은 한국 미술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어요, 조선최초의 서양화가가 그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유화작품이거든요. 그림 위에는 '1915'라는 숫자와 'Ko. Hei Tong'이라는 알파벳이 보이네요. 왜 영어로 서명을 했을까요?-<학교에서 배웠지만 잘 몰랐던 미술>에서 또한 흥미로운 것은 서양 미술 작품에 한정하지 않고 주제 관련 우리 작품들도 언급하고 있다는 것. 서명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고희동의 <부채를 든 자화상>, 손이 가진 다양한 표정 편에서는 정복수의 <몸의 추억>과 <몸의 공부>를, 발의 메시지 편에선 김준의 <문신신발>, 그림에서 들려오는 소리 편에선 김호득의 <아>, 그림 속의 리듬 편에선 이희중의 <포도와 동자>, 그림에서의 주인공의 크기에 대한 이야기에선 우리나라 어느 절에서나 볼 수 있는 탱화나 <영산회상도>, 새와 벌레의 시선 편에선 정선의 <금강전도>와 <인왕제색도>, <박연폭포>를 제대로 감상하고 이해할 수 있는 포인트들을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