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레퍼런스 스마트폰인 넥서스5
김시연
지문 인식으로 맞장을 뜬 아이폰5S나 시크릿노트?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베스트셀러였던 갤럭시S4와 갤럭시노트3? 아니면 삼성의 아성에 도전한 G2? 다들 쟁쟁한 친구들이지만 저를 가장 감동시킨 주인공은 '넥서스5'입니다. 물론 '사심'도 개입됐습니다. 지난 4년간 아이폰만 써오면서, 이 정도면 아이폰 대신 쓸 만하겠다고 생각한 첫 안드로이드폰이거든요.
아쉽게 지금까지 넥서스5를 직접 리뷰할 기회는 없었지만, 지난 6월 초 역시 구글 레퍼런스 스마트폰인 '넥서스4'를 다뤘습니다. 넥서스4는 3G폰이긴 하지만 지난해 11월 1차 출시 당시 LG 옵티머스G와 비교되며 '품절폰'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국내 소비자들도 해외에서 직수입할 정도였지만, LG전자가 만들었음에도 정작 국내엔 6개월 만에 늦장 출시했죠.
당시 오마이뷰 독자들도 "해외 동시 출시, 동일 가격이었으면 넥서스4 열풍이 장난 아니었을 텐데"(다음 쿨리*)라며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다행히 넥서스5는 지난 11월 1일 미국과 동시 출시되면서 국내 사용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넥서스5가 준 3가지 감동 가운데 첫 번째는 역시 거품 뺀 가격입니다. 넥서스5 출고가는 16GB 모델이 45만9천 원, 32GB 모델이 51만9천 원으로, 지난 8월 출시된 LG G2(32GB 95만4800원)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LTE 스마트폰이면서 웬만한 90만 원대 프리미엄급 제품 못지않은 '스펙'을 자랑하죠.
11월 출시 당시에도 국내 스마트폰 가격 거품 논란이 일었습니다. 비슷한 모델인데, 미국이나 일본, 유럽에 비해 국내 스마트폰 출고가가 비싸다는 것이죠. 제조사에선 DMB 기능과 사후서비스 비용, 어댑터 포함 등을 둘러댔지만, 불과 몇 달 만에 출고원가가 반 토막 나는 현실에 설득력을 잃었습니다.
두 번째 감동은 이른바 '가성비'(가격대 성능비)입니다. 우선 넥서스5는 구글 새 운영체제 기준을 제시하는 레퍼런스폰답게 최신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4.4버전 '킷캣'이 들어가 있습니다. 또 LG에서 만들긴 했지만, 제조사 고유의 사용자 환경(UI)이나 기능들, 이통사 '붙박이' 응용 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들도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기본 앱이 너무 없어 허전할 정도지만 그만큼 군살도 빠지고 최적화도 잘 된 편입니다.
LG G2와 직접 비교해 봤는데, 미안한 얘기지만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CPU는 G2와 동일한 2.26GHz 쿼드코어에 2GB 기본메모리를 달았고, 액정화면 크기는 4.95인치로 G2(5.2인치)보다 조금 작지만 해상도(1920X1080)는 같기 때문에 인치당 픽셀수(넥서스5는 445ppi, G2는 423ppi)는 더 많습니다.
카메라는 800만 화소로 1300만 화소인 G2엔 못 미치지만 다행히 손 떨림 보정 기능은 빠뜨리지 않았네요. 두께는 비슷한 편인데 무게는 넥서스5(130g, 8.59mm)가 10g 정도 가볍습니다. 단순해 보이는 플라스틱 몸체에 후면 버튼도 채택하진 않았지만, '보급형' 같다는 느낌을 줄 정도는 아닙니다.
물론 장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구글에서 주문 생산하는 제품이다 보니 DMB 수신 기능이나 영상통화 기능도 없고 LTE-A도 지원하지 않습니다. 배터리도 아이폰처럼 일체형이어서 '외산폰'이나 다름없습니다. LG가 넥서스5 홍보에 소극적인 것도 어쩌면 당연한 셈이죠.
'호갱' 만드는 '17만 원 갤럭시S4'보다 '45만 원 넥서스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