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범 열사 부인 위로하는 전순옥 의원전태일 열사 동생 전순옥 민주당 의원(왼쪽)과 전태삼 씨가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직원 고 최종범 씨 노제에 참석해 최 씨 부인 이미희 씨를 위로하며 목도리를 둘러주고 있다.
유성호
그가 떠난 후 그의 동료들은 '열사정신계승'이라고 적힌 두건을 맸다. 가슴에는 검은색 근조리본을 달았고, 그의 유서를 따르는 투쟁을 시작했다. 지난 3일부터는 삼성 본관 앞에 자리를 깔고 누웠다. 19일 동안 노숙투쟁이 이어졌다. 최씨의 부인과 형도 노동자들과 함께 했다. 그 사이 있었던 딸 별이의 돌잔치를 아빠의 친구들이 함께 했다. 그리고 그들은 삼성으로부터 작은 승리를 얻어냈다.
지난 21일 지회는 삼성전자서비스 하청업체들과 협상을 타결했다. 열악한 조합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외근 수리 기사들에게는 랜트카를 지원하기로 했다. 노조 활동을 보장하고 불이익을 금지하기로 했다. 최씨 유족에게도 보상을 하기로 했다. 형식적으로는 하청업체 사장들과의 합의지만 이것은 사실상 삼성전자서비스 본사 차원의 협상이라고 지회 측은 주장했다. 그들의 합의내용이 결코 하청업체의 권한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 열사 장례 치른다)
이날 55일 만에 장례를 치를 수 있게 된 것도 그날의 합의가 있어서 가능했다. 장례를 치르기는 했지만 지회는 최씨의 유언을 계승하는 투쟁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진행중인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비롯해 하청업체가 아닌 삼성이 노조를 인정할 때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삼성 측은 여전히 자신들이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 하청업체와 노동자 사이의 문제라고 하면서도 유가족에게는 도의적으로 유감을 표했다.
라두식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이날 노제에서 "제가 아는 종범이는 평범한 젊은이였고, 죽도록 일만 했던 동료였습니다, 종범이가 죽음으로 항거한 지 55일째인 오늘, 이제 그를 보내려 합니다"라며 "종범이가 지키려고 했던 것은 이 땅의 수많은 비정규직의 꿈과 희망이다, 고인은 삼성의 노예, 기계로 살다가 노조 활동을 통해 근로기준법을 지키는 회사, 기계나 노예가 아닌 노동자로서 인정받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의 아내인 이미희(30)씨는 "다시는 이런 일이... 다시는 아빠가 없는 아이가 생기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라며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를 대신해 동생의 옛 동료들 앞에 선 형 최종호(36)씨는 "종범이가 목숨 바쳐 한 싸움을 많은 분이 이어서 싸워준 것에 대해 유가족과 종범이를 대신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삼성을 향한 싸움에서 최초로 승리를 얻었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최초의 승리가 나중에는 최대의 승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씨의 노제가 끝나고 동료들과 그를 추모하는 이들이 영정 앞에 헌화를 했다. 장지인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 인사였다. 장지로 향하기 위해 차량에 탑승했던 최씨의 부인이 다시 영정 앞으로 돌아왔다. 토끼 모양의 털모자를 쓴 딸 별이를 안고서. 별이가 마지막으로 아빠 앞에 꽃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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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에 장례식... 55일 만에 떠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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