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보온병을 찾아서> 책표지.
오마이북
국민의 60% 이상이 800만 화소가 넘는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대한민국. 수백만 원이 넘는 최상위급 DSLR 카메라를 구입하는 층은 사진작가나 사진기자보다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데.
사진이 발명된 이후 가장 많은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사진가들은 단지 사진을 잘 찍는 기술을 가진 것만으로는 존재 증명을 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사진을 잘 찍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으니까.
그 때문에 이 시대의 사진가들은 프로와 아마추어를 떠나서 또 사진이 돈으로 환산되는 금전적 가치의 크고 작음을 따지지 않고, 시대와 사회를 향한 자신의 일관적인 시각이 드러나야 한다. 이는 단순히 멋진 사진을 찍는 기술을 가졌다고 사진가라 말할 수는 없는 지점이다.
노순택 사진가, 사진계에서 독보적 존재여기에 다큐멘터리 사진은 시간이 더해진다. 동일한 주제로 작업이 쌓여가야 하고, 사진 한 장 한 장의 수준보다 전체를 일관적인 방향성과 밀도가 더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노순택 사진가는 사진계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다.
그의 '독보적'인 작업은 예전 '얄읏한 공' 시리즈에서도 빛났지만, 이번에 새로 낸 사진 에세이 <잃어버린 보온병을 찾아서>는 더욱 예리한 빛을 낸다. 처음부터 스포일러로 드러내면 그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후, 그 처참한 현장을 찾은 안상수 국회의원을 정확히 겨냥하고 있다. 그가 보온병을 북한의 포탄으로 인식한 그 지점의 의미를 좇아가고 있는 것이다.
'분단인의 거울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번 작업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연평도와 임진각, 서울 시청 앞, 제주도 강정마을에서 이루어졌다. 휴전이 된 지 60년 가까이 되었지만, 이곳에서 그가 촬영한 한국은 아직도 전쟁 중이다. 왜 갑자기 전쟁터가 되었을까? 그의 사진과 글에는 분단된 한반도가 긴장으로 가득하고 뭔가의 오작동에 의해 작동되기를 원하는 인간으로서 안상수를 지목하고 있다. 그리고 안상수가 걸어 온 길을 추적한다.
작가 노순택이 발견한 것은 분단인의 삶을 살아가는 한반도 안에서는 안상수도 노순택도 같은 모습이라고 지각한다. 분단을 잊고 살았던 민주화시대의 10년에서 나온 우리들은 다시 분단의 어두운 동굴로 들어온 것이다. 어두운 동굴에 들어온 이상 나와 남을 구분할 길은 없다.
그의 사진 톤은 흙빛... 감동보다는 절망감 가득
그의 작업에는 감동보다는 절망감이 가득한 느낌이다. 물론, 포격을 당한 연평도의 풍경을 보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의 사진의 톤은 흙빛이다. 그 흙빛이 절망감을 더해준다. 마치 동굴 속에 있는 것처럼, 아니면 무덤 속에 누워서 보는 풍경처럼...
쉽게 넘길 수 없는 이미지들이 가득하다. 전체적인 사진을 노출을 다운 시키고 스트로보를 다이렉트로 쳐서 말하는 바를 명확히 표현했다. 직선적이고 어둡고 무표정하지만, 스트레이트로 들어오는 주먹 같은 느낌. 사실, 이런 다큐멘터리 사진은 흑백으로 표현되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작품들은 컬러임에도 불구하고 그 색감의 부자연스러움이 현실을 비현실적으로 보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