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냥해 최루액 뿌리는 경찰 민주노총이 입주한 경향신문사 1층 현관 유리문을 열기위해 경찰이 캡사이신 최루액을 뿌리며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이희훈
경찰이 <경향신문> 사옥의 현관 출입문을 박살내고 이 건물에 입주해 있는 민주노총 사무실을 침탈했다. 명분은 철도노조 파업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었다. 그런데 만일 민주노총이 <동아일보>나 <조선일보> 사옥에 세 들어 있어도 경찰이 현관 유리문을 깨고 진입했을까?
박근혜 정부가 취임 1년도 안되어 사회적 합의를 위한 대화를 거부하고 노동조합을 적대시하면서 국가폭력의 민낯을 드러냈다. 경찰은 22일 오전 파업중인 철도노조의 지도부 검거를 앞세워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에 공권력을 투입했다.
노동계의 본산인 민주노총 본부에 경찰이 진입한 것은 1995년 민주노총이 설립된 이후 처음이다. 이에 민주노총은 '박근혜 정권 퇴진투쟁'을 벌이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정부는 파업으로 인한 물류 파동과 경제 활동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권력 투입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하지만, 정부의 일방통행식 강경대응이 오히려 산업현장의 평화와 노사정 대화를 파국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비판적인 언론과 노조를 적대시하는 폭거경찰은 이날 5000여명을 동원해 서울시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 건물을 에워싼 뒤 현관 유리 출입문을 깨고 민주노총에 진입했다. 공권력 투입 명분은 '불법파업'이라는 정부의 유권해석과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이다. 그러나 불법파업 여부는 다툼의 여지가 있으며, 법원이 민주노총 사무실의 압수수색 영장까지 발부한 것은 아니다.
설령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더라도 언론사 건물에 대한 경찰력 투입은 자제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정부가 신문 제작이 한창 진행중인 언론사 사옥을 보란 듯이 파손하면서 민주노총에 공권력을 투입한 것은 비판적인 언론과 노조를 적대시하는 폭거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부의 공권력 투입은 허투루 넘길 일이 아니다.
우선 파업의 불씨를 제공한 것은 노조가 아니라 정부다. 정부는 문제의 발단인 '수서발KTX 자회사'가 민영화와 무관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흑자노선인 KTX를 분리함으로써 철도공사 재정적자 개선에 역행하고 있다. 또 수서발KTX 운영회사를 주식회사 형태로 추진함으로써 언제든지 주식이 매각될 수 있는 '변종 민영화'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결국 정부와 철도공사가 충분한 민심 수렴절차 없이 졸속으로 자회사 분리를 추진한 것이 파업의 불씨를 제공했고, 그 과정에서 8569명의 노동자를 직위해제한 것이 사태를 악화시킨 것이다.
또 지난 5년간 공공기관 선진화를 한다면서 민영화, 낙하산 인사, 노사관계 악화, 공공성 약화 등의 결과를 초래한 것도 정부 불신의 요인이다. 정부-여당은 코레일의 부채가 17조 6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경쟁체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공공기관 정상화는 오히려 부채만 200조 이상 불려놓은 이명박 정부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고,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고, 거수기로 전락한 이사회를 개선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정부는 무조건 "정부를 믿으라"고만 할 게 아니라, 노조가 신뢰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박근혜 사전에 '사회적 합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