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1주년을 맞은 지난 12월 1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관권·부정선거 1년, 민주주의 회복 국민대회'에 참가한 한 가족이 '박근혜 댓통령 직위해제'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남소연
지난 대선에 대해 여러 의견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A. 대통령선거란 엄중한 것이다. 총선이나 지방선거와는 격이 다르다. 재선거란 역사적으로 있지도 않았고 자칫하면 국가적 혼란을 일으킬 우려도 있다. 그러므로 약간의 부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함부로 '선거를 다시 치르자'는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 - 새누리당 지지자들 포함 보수층의 생각B. 지금은 부정선거에 대한 수사국면이다. 수사를 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고, 재선거 여부는 수사 결과가 나온 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C. 부정선거가 있었다 하더라도 재선거는 없다는 전제 아래 수사를 해야 한다. 그런 전제가 없으면 수사 자체가 어렵고, 추후 국가적 혼란이 두렵다. 수사 결과에 따라, 다음 번 선거부터는 공정하게 치를 수 있도록 관계 기관에 대한 개혁과 관계자 처벌,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로 족하다. - 민주당의 공식 입장D. 수사를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되지만, 수사 결과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면 당연히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F. 지금까지 나온 수사결과만 놓고 봐도 부정선거가 확실하다. 그럼에도(또는 그렇기 때문에) 공정한 수사를 기대할 수 없다. 더 이상의 국정혼란을 피하기 위해 지금 당장 대통령이 사퇴하고 재선거 과정에 들어가야 한다. - 장하나 의원의 개인성명A의 속셈은 우선 수사를 방해하고 재판을 최대한 끄는 것이다. 야권과 시민사회는 B, C, D, F로 분열되어 있다. A나 C는 똑같이 혼란을 이야기 하지만 A가 혼란을 겁박의 무기로 사용하는 반면 C는 혼란을 통제할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두렵다. A가 F를 이용해 B, C, D를 흔들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1989년에 평민당이 한 번 경험한 적 있는 바로 이것이 '대선불복 프레임'의 요체다.
민심은 어떤가. 지난 12월 9일 장하나 의원의 '대통령 사퇴' 발언을 집중보도하면서 실시한 JTBC의 여론조사는 장 의원이 '잘했다'가 24.6%, '부적절했다'가 63.1%였다. 63.1%에는 요지부동의 30%를 자랑하는 A는 물론, B, C, D가 다 포함됐을 것이다.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일단 대통령이 선출되고 나면, 그를 찍었든 아니든 대통령을 지지하고 지키려는 민심의 흐름이 2년~2년 6개월 정도는 간다고 본다"고 말한다. 워낙 말도 안 되는 탄핵사유이기도 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사태 때도 그런 민심이 폭발했다. 1989년의 평민당도 그런 민심을 의식했던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변하고 민심도 변하는 법이다. 63.1%에서 30%를 뺀 33.1%가 B, C, D에 얼마씩 분포돼 있는지 알 도리가 없다. 하지만 국군 사이버사령부에 대한 수사 결과를 보듯, 지금처럼 진실을 덮으려는 A의 안간힘이 계속되면서 특검이 결국 물 건너가게 되면, B와 D는 A와 F쪽으로 나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C도 입장을 확실히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불법·부정선거의 양태와 규모가 낱낱이 밝혀져도(박근혜 대통령이 연루됐거나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 혹은 개표부정 포함) 박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민주당. 즉 D의 입장은 최종적인 것이 아니며 최종적인 것이 될 수도 없다. 노태우의 중간평가는 정치적인 약속이었기 때문에 정치적 타협으로 풀 수 있었지만, 불법·부정선거는 법과 헌법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적 타협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민주당의 결단, 빨리 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