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환경위원장인 장명 스님
김종술
"유한숙 영가시여! 그 막막함을 어찌 풀어야 할까요, 평생 피땀 흘려 일군 당신의 농장 앞에, 가족들의 웃음과 눈물이 스민 당신의 집 앞에 송전탑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에 그 막막함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불한당처럼 들이닥쳐 협의도 협조도 아닌 통보를 했을 때, 그것도 하 세월 다 보내고 11월경에야 겨우 알려줬을 때 당신의 가슴을 짓눌렀던 그 막막함을 과연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유한숙 영가시여! 그 두려움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765kV에 고압선 아래에서 지치고 병들고 죽어갈 나날들, 더는 갈 곳도 없고 또는 갈 수도 없어 죽어가는 땅에 주저앉아 그저 눈물만 흘려야 할 나날들, 결코 오지 않기를 바랬던 나날이 코앞에 닥쳤을 때 눈앞이 깜깜했을 당신의 두려움 과연 우린 어떻게 할까요,
유한숙 영가시여! 그 억울함을 어찌 풀어야 할까요, 그저 우리 살던 곳에서 살도록 내버려 달라는 것뿐인데 이웃들과 웃으며 늙어가도록 내버려 달라는 것뿐인데, 한편에서 자기들밖에 모르는 집단으로 매도했을 때 억장이 무너졌을 당신의 그 억울함을 과연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갈라 터진 손으로 씨를 뿌리고 땡볕에 땀 흘리며 김을 매면서 가을 추수한 품으로 끼니나 때우게 해달라는 것뿐인데 한편에서 돈도 받으려고 으름장만 놓는 욕심쟁이로 매도했을 때 억장이 무너졌을 당신에 억울함을 과연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유한숙 영가시여! 내 집 내 땅에도 발붙일 수 없어 세상의 중심인 당신에게 과연 어디에서 편히 쉬시라고 말씀드려야 할까요, 권력 앞에서 눈감고 귀가 멀은 자들에게 산이 울고, 강이 울고, 사람들이 울부짖는 이 참혹한 실상을 과연 어떻게 알려야 할까요. 한여름에도 긴 옷을 입고, 한겨울에도 반팔을 입어야겠다며 시골노인 한둘쯤 세상 뜨는 걸 아랑곳하지 저들에게 생명보다 귀한 건 없다는 진리를 과연 어떻게 알려야 할까요.
유한숙 영가시여! 기다리소서, 양심 있는 정치인들과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이 땅의 백성들이 좌절과 공포로 허물어진 밀양을 다시 일으켜 세울 때까지 기다리소서, 한국전력이 오만함을 꺾고 진심으로 사과하며, 모든 논의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때까지 기다리소서. 그리하여 남아 있는 당신의 가족과 이웃들이 아픔과 상처를 씻고 웃는 그 날까지 기다리소서. 그날이 오면 부디 이 억울함과 원통함을 씻고 서방정토 극락세계에 왕생하소서, 아미타불 품 안에서 편히 쉬소서."
다음은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부장인 보화 스님의 추도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