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의 주범 윤길자씨에게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 형집행정지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는 남편 영남제분 류모 회장이 지난 9월 3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 서부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도선수 장미란씨와 역도인들이 소위 여대생 청부 살해범의 남편 영남제분 류원기 회장에 대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당시 나는 경기지방경찰청 형사과장으로 있었으며 '여대생 청부살해범 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때문에 누구보다 사건의 진실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당시에도 재벌가 사모님을 수사하기란 정말 힘든 일이었다. 수사에 대한 직접적인 외압은 없었지만 여기저기서 수사를 무마하려는 크고 작은 움직임이 있었다. 당시 살인을 저지르고 해외로 도피한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수사팀은 해외로 원정까지 가서 어렵게 체포에 성공했다.
하지만 범인을 잡고 나서도 청부살해를 밝혀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돈과 권력의 힘이 실로 대단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헌신적인 경찰의 노력으로 사건의 진상을 밝혀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힘겨운 싸움이었다.
경찰을 퇴직해 사인(私人)이 된 후에도 소위 말하는 '영남제분 사모님'사건을 보면서 명치끝이 아릴 정도로 화가 났다. 죄의 심판은 공평해야 한다. 돈이 있다 해서, 권력이 있다 해서 법의 심판이 달라진다면 그것은 민주주의 국가의 법치가 아니다. 법의 공정한 심판을 믿고 일선 현장에서 죄를 좇고 있는 경찰들은 법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을 때마다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는 큰 비애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