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우상화에만 전념하는 북한 관영 매체의 꼼수

'남한 타격 통지문', '로드먼 평양 동정' 보도 안해... 왜?

등록 2013.12.21 10:39수정 2013.12.2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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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아래 현지시각)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RSF)'는 장성택 처형과 관련된 북한의 관영 매체의 보도 내용이 '협박적인 메시지'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 단체는 "그러한 (북한 매체의) 뉴스와 정보 조작은 충격적(such manipulation of news and information is disturbing)"이라고 평한 바 있다.

<연합뉴스>와 필자가 쓴 <오마이뉴스>는 이에 관한 기사에서 'disturbing'을 문맥의 이해를 돕고자 '충격적'이라고 번역했지만, 엄밀하게 따지자면 혼란스럽고 짜증이 날 정도로 혼동된다는 의미가 더 적절한 것일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북한 관영 매체가 자기 입맛에 맞는 기사만 올리며 장성택 처형 후 그에 관한 기사 삭제에서도 드러나듯이 정권 유지에 방해가 된 기사는 완전히 삭제하는 등 혼란스러운 행동으로 언론 자유가 세계 179개국 중 최하위인 178위라고 '국경없는 기자회'는 밝힌 것이다.

그런데, '국경없는 기자회'가 북한의 관영 매체들이 이렇게 자기들 마음에 맞는 기사만 조작한다고 비난한 19일, 바로 그날에도 북한 관영 매체에서는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뒤늦게 한국 측에 의해서 밝혀진 사실이지만, 북한은 이날 국방위원회 명의로 한국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전통문을 보내어 "계속 '최고존엄'을 건드리면 예고 없이 타격하겠다"고 협박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은 21일 현재까지도 북한의 관영 매체에는 전혀 보도가 되지 않고 있다. 즉 북한 주민들은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

북한은 왜 보도하지 않은 것일까. 한국 정부 역시 북한이 공개적으로 발표하지 않아 그래서인지 전통문을 받은 사실의 공개를 미루다가 일부 언론에 의해 밝혀지자, 국방부 대변인, 통일부 장관 등이 그런 사실을 인정하며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답변을 보냈다고 전통문을 받은 사실을 공개적으로 뒤늦게 인정했다.

"최고존엄 건드리면 예고 없이 타격" 보도하지 않는 북한 관영매체


북한이 이른바 '최고존엄' 문제에 관해 남한에 대해 이러한 강력한 반발을 보인 것은 비일비재하다. 지난 4일만 하더라도 북한은 이른바 한국의 '신병 교육대 구호 사건'에 관해 조국평화통일위원회(아래 조평통) 명의로 강력히 비난하며 "무자비하게 보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전에도 한국의 보수 언론들이나 여타 단체들이 이른바 '최고존엄'에 대한 모독적인 기사를 싣거나 언행을 할 경우, 모두 지체 없이 조평통 등의 명의로 강력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조선인민군 명의로 '조준 타격'을 감행해 보복할 것이라고 공언했으며 이 모든 사항은 즉시 북한 관영 매체에 의해 보도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조평통보다 상급 기관인 북한 국방위원회가 청와대 앞으로 공식적으로 "예고 없이 타격하겠다"고 보낸 사실은 전혀 북한 관영 매체에 의해 보도가 되지 않고 있다. 이 사실이 보도되어 남한 보수 정권이 더욱 남북 대결 구도에 써먹을 수도 있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희박하다. 왜냐하면, 어차피 이는 북한이 보도하지 않더라도 남한에 의해 알려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슨 내부적인 이유에서 북한 최상급 의사 결정 기구인 국방위원회의 결정 사항과 이를 한국 청와대에 통지한 사실을 공표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더구나 이번 타격 통지문의 이유가 되었다고 알려진 것은 이른바 '최고존엄'으로 상징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은 제1비서의 사진에 대한 화형식을 보수 단체들이 지난 17일 진행했다. 예전 같으면 전통문 통지와 동시에 <조선중앙통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남한에 대한 적개심 강화의 계기로 활용했을 것인데,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문이다.

'장성택 처형 상황'은 북한이 김정은 유일 체제 강화에 더욱 목매게 해

이러한 전례 없는 상황에서 다만 한 가지 추측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장성택 처형을 둘러싸고 김정은 제1비서로의 체제 강화와 우상화 작업을 가열차게 전개하고 있는 북한의 내부 속사정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즉 광범위하게 세력권을 형성했던 장성택의 처형이라는 가변적인 상황이 발생한 현 시국에서는 아무리 한국의 극보수 단체의 행동이라 할지라도 '최고존엄'에 대한 화형식 사실을 알리고 이를 문제 삼는 것이 현 시점에서는 내부 체제 강화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이는 어쩌면 북한이나 북한 지배 체제 관료들이 다소 불안정한 상황을 겪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를 반영하는 사건은 같은 날, 또 일어났다. 북한 김정은 제1비서와 '평생의 친구'라며 전 세계 언론의 카메라 속에서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먼은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출발해 평양에 도착했지만, 북한의 관영 매체를 이러한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다만, 북한에 지국이 있는 AP통신이 19일, 로드먼의 북한 도착 사실을 보도했으며, 20일에는 로드먼이 북한의 한 경기장에서 북한 선수들은 지도하는 장면과 인터뷰 기사를 세계로 타전했을 뿐이다. 북한은 21일 현재까지도 로드먼의 평양 도착 사실과 동정을 보도하고 있지 않다.

이는 지난번 두 차례의 로드먼의 방북 때와는 아주 다른 북한 관영 매체의 태도이다. 지난번 방북에서는 북한은 로드먼의 도착 당일 이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으며 다음 날에는 <로동신문>이 로드먼의 활동 기사를 보도하는 등 집중적인 관심을 보였다. 또한, 이후 로드먼이 김정은 제1비서와 만난 사실의 보도는 <로동신문>을 비롯한 북한의 모든 매체가 사진과 함께 최상급 주요 기사로 보도했음은 물론이다.

물론 로드먼이 곧 김정은 제1비서와 회동을 한다면 북한 관영 매체가 이 사실을 보도할 수는 있다. 하지만 예전과는 달리 최근 북한의 관영 매체가 일절 로드먼 평양 도착 사실을 보도하지 않는 것 또한 북한의 장성택 처형이라는 가변적인 내부 속사정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언론은 오직 김정은 위상 강화용

다시 말해 북한은 나름 명분과 절차를 가지고 장성택의 처형을 실행했지만, 장성택은 김정은 제1비서의 고모부 즉 김일성 주석의 딸인 김경희 비서의 남편이자 김정은 후계 체제 이행에도 나름의 뒷받침이 되었던 최측근을 넘어서는 아주 가까운 친인척이었다. 따라서 북한 주민들은 공개적으로는 '최고존엄'을 흔든 장성택에 대해 분노를 표현하고 있지만, 고모부를 즉시 사형에 처하는 행위에 내심 두려움과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프로농구 선수 출신 로드먼의 방북과 그와 함께 회동을 하면서 웃음을 짓는 김정은 제1비서의 동정을 내보내기에는 무척 고민스러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이미 예정되어 있던 로드먼의 방북을 취소한다는 것도 또 다른 불안의 표출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그의 평양 도착을 주민들에게는 아직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 로드먼이 이번에 김정은 제1비서와 면담을 한다 할지라도 북한이 이를 보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은 바로 이런 연유에서 비롯되고 있다.

장성택의 신속 처형이라는 가변적인 상황을 맞이한 북한은 자기들의 '최고존엄'을 모독하는 행위에 대해 국방위원회 차원에서 남한에 타격 통지문을 보냈지만, 이를 공표하지 못하는 전례 없는 상황을 연출했다. 이어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최고존엄'이 초청한 미국 프로 농구 선수의 평양 도착 사실과 이후의 동정을 북한 내에 있는 외신은 보도를 하고 있지만, 북한 관영 매체는 이를 주민들에게는 바로 알리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해 '국경없는 기자회'가 북한에서 뉴스와 정보의 조작이 자기들 입맛대로 행해지고 있어 '매우 혼란스러운(disturbing)' 상황이라고 비판 성명을 통해 발표한 그날에도 북한 관영 매체들은 오직 김정은 체제의 위상 강화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러한 목적하에 나름대로 고도의 주판알을 튕기며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서 별로 득이 될 것이 없다고 판단한 사실은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해외 인권단체들이나 언론감시단체 등이 북한 체제를 비판하면 항상 이는 북한의 '특수성'을 무시한 서구적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고 반발해왔다. 하지만 '국경없는 기자회'가 왜 2013년에도 세계 179개 국가 중에서 북한 관영 매체에 대해 '정보와 뉴스 조작'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유로 최악 국가인 178위로 평가했는지 북한 당국은 그 이유를 곰곰이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북한 관영 매체 #국경없는 기자회 #김정은 우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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